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발언 추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자 가뜩이나 부풀어 오른 가계의 빚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살인적인 초저금리 현상으로 가계빚이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가계의 대출이자 압박을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의 상환부담은 아직 양호한 편이지만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무거운 가계빚..금리도 급등
1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가계 대출과 판매 신용을 합친 가계신용은 작년 말 795조4천억원으로 2000년 말의 266조9천억원보다 198% 증가했다. 분기마다 14조3천억원가량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면 가계신용은 조만간 8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의 금융부채도 올해 상반기 내에 1천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권 가계대출잔액은 작년 말 기준 693조원으로 1년 전보다 34조8천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액의 70.8%인 24조6천억원어치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1년 91.9%에서 2009년 143.0%로 뛰어 가계소득을 전액 부채 상환에 사용해도 모자라는 수준이 됐다. 이 상승폭은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22.0%)보다 훨씬 높다.
여기에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더구나 최근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대출 등의 금리도 가파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주택 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양도성예금증권(CD) 91물 금리는 전날 연중 최고치인 3.3%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 0.5%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6.7% 안팎으로 인상되는 등 각종 대출 금리도 인상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작년 3분기말 가계부채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분기당 11조7천억원에서 16조1천억원으로 4조5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은 가계 대출과 이자 상환부담을 가중시켜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가계 부실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계층은 금융자산에 비해 부채가 많아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 압박을 더욱 크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은미 수석연구원은 “금리는 오르는 반면 증시의 변동성은 커져 가계부채를 둘러싼 여건은 나빠질 것”이라며 “가파른 대출 증가에 금리인상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층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욱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연구원도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커지고 특히 저소득층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은행권 모두 고민해야 할 문제이나 규제가 많아 이번 금리 인상이 주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 안정이 이뤄지면 오히려 가처분 소득이 증가할 수도 있으며 금리 인상이 개인 고객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가계부채 안정적 관리’ 필요
정부는 일단 국내 가계부채 규모를 아직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가계부채와 관련 “건전성 측면에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는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늘려 채무를 갚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가계부채는 고소득층이 많이 지고 있는데다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 해도 소득 대비 11%가량의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비용이 0.2∼0.3%포인트 정도만 오르기 때문에 가계부채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그러나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주택담보대출의 구조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높은 가계부채는 저축률 하락과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지고 가계와 금융회사가 동반 부실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이달 중에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장기·고정금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를 우대하고 연말정산 시 혜택을 주는 세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분할상환 대출을 확대하고 거치기간 연장 관행을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서민금융 활성화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책도 대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부문 역시 올해 예정한 금융지원책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금융공기업을 통해 92조3천억원의 자금을 공급하고, 특히 성장 잠재력이 큰 유망 중소기업 기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이 일시적 자금 애로로 인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패스트트랙도 연말까지로 1년 연장했다.
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안정적 관리는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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