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 분리’..금융.경제지주 설립

농협 ‘신.경 분리’..금융.경제지주 설립

입력 2011-03-10 00:00
수정 2011-03-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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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개혁작업 17여년만에 결실 앞둬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어 지난 94년부터 논의돼온 농협개혁작업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입법절차가 마무리된 뒤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포·시행되면 현 농협중앙회는 내년 3월2일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즉 중앙회와 자회사가 수행 중인 농축산물 판매.유통.가공 등 경제사업을 묶어 농협경제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신용사업을 분리해 농협은행을 설립하는 한편 공제사업은 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으로 전환해 농협금융지주회사에 편입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중앙회는 조합 및 농업인 교육·지도 등에 전념토록 하고, 경제 및 금융사업은 시장경쟁이 가능하도록 기업경영제체로 전환하게 된다.

대신 중앙회가 신설 경제지주 및 금융지주의 지분을 소유해 두 지주회사의 경영 및 인사권을 통제하게 된다.

이번 법개정 과정에 가장 논란이 됐던 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본금은 우선 농협이 자체 조달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정부가 지원하게 된다.

더욱이 조세특례를 부여,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세금 8천억원은 면제받게 되고 이후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세금에 대해서도 현재 농협중앙회가 부담하는 세수준보다 높아지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농협구조개편 추진 배경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게 된 것은 신용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사업을 활성화함으로써 농업인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정치권과 농림수산식품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농협은 돈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 농업인이 원하는 농축산물 유통·판매 등 경제사업은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금융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사업은 협동조합이라는 제도적 한계와 사업다각화 제약 등으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돼 왔다.

지난 2006년 1조943억원이었던 신용부문 순익은 작년엔 5천662억원으로 반토막으로 줄어든 것이 단적인 예다.

이 때문에 현재 구조를 갖고서는 신용사업 건전성 유지뿐만 아니라 조합(원) 지원 등의 협동조합 고유 기능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것.

◇농식품부.농협 후속작업 착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와 농협은 농협구조개편을 위한 후속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농협의 원활한 사업구조 개편을 지원하고 지도·감독하기 위해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농협사업구조개편지원본부’(가칭)을 설치.운영키로 하는 한편 농협법 시행령,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개정작업 준비에도 나설 방침이다.

또 농협구조개편에 필요한 자본지원이나 세금면제 문제해결을 구체화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의 조만간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도 당장 내달로 예상되는 자산실사에 대비하는 한편, 구조개편을 진행하기 위해 개정안 부칙에 명시된 사업구조개편준비위원회와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 등 기구를 설치하는 등 세부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경제사업 어떻게 달라지나

개정안에 따르면 중앙회의 기능이 신용사업 중심에서 경제사업 중심으로 개편돼 재원 운영 및 인력구조도 이에 맞게 변경된다. 현재 중앙회는 은행업 등 신용사업에 인력과 재원을 대부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09년을 기준으로 중앙회 인력 가운데 76%가 신용사업부문에 배치돼 있고, 경제사업부분은 14%에 불과했다.

또 경제사업은 회원조합 지도·지원 중심에서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직접 팔아주는 판매사업 중심으로 전환된다.

이를 위해 개정안은 중앙회와 조합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 조합원을 위한 농축산물 판매활성화를 농협의 주요책무로 명문화함으로써 농축산물 및 가공품의 판매.가공.유통을 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회사의 우선적인 사업목표로 규정했다.

조합은 판매활성화를 위해 계약생산, 공동출하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중앙회에 판매를 위탁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마련됐고 중앙회와 경제지주회사는 농산물을 원활하게 판매하기 위해 전문판매조직 및 시설을 확보하도록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조합출하액 가운데 중앙회 판매액은 31.1%에 불과했으나 경제지주가 출범하면 2013년엔 34.3%, 2015년엔 56.7%, 2020년엔 68.8%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개정안은 경제사업구조개편의 차질없는 진행을 위해 법 시행 후 3년 이내에 판매.유통 관련 경제사업을 농협경제지주로 이관하고, 법 시행 후 5년 이내에 여타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토록 했다.

뿐만아니라 개정안은 중앙회에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 수립 및 추진 의무를 부여했으며 경제사업활성화를 위해 중앙회는 법 통과 이후 실사를 통해 확정된 자본금의 30% 이상(4조5천억원 예상)을 경제부문에 우선 배분하도록 했다.

◇농협금융, 5대 금융지주로 출범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에서 농협은행과 농협보험(생명.손해)를 분리·신설하고 NH증권 등 기존 자회사를 아우르게 되며 NH카드도 별도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 기준으로 농협의 총자산은 국민(275조원), 우리(247조원), 신한(238조원)에 이어 193조원으로 4위에 해당돼 앞으로 자산 200조원 규모의 거대 금융지주가 탄생하게 된다. 5대 금융지주의 진검 승부가 시작된 셈이다.

특히 농협금융지주는 은행.보험.증권 등 자회사 간 고객정보 공유를 통한 교차 마케팅, 복합상품개발, 복합금융점포(BIB 등) 운영 등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협은 2009년 5천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을 3조3천억원 규모로 늘린다는 포부도 마련해 놓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농협법상 특수법인의 지위를 유지해 일반은행업무 외에 조합 및 중앙회 자금 지원, 농업자금대출 등 농업금융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또 농업인의 농축산물 생산.유통.판매 자금 및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자금을 우선 지원하거나 우대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공제에서 전환되는 농협보험은 농협생명보험과 농협손해보험으로 설립된다. 생명보험업계에서 농협보험은 당장 삼성, 대한, 교보생명과 함께 ‘빅4’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농협보험은 우선 생보 시장에 주력하고 점차 여건을 보면서 손보시장으로 영역을 넓혀 나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손해보험의 주력인 자동차보험을 하려면 금융위원회의 별도 인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한 이유다.

개정안은 조합의 농협보험 취금에 대해서는 방카슈랑스 규정 적용을 5년간 유예토록 했다. 이에 따라 기간엔 전국의 농협 금융점포에서 농협보험의 상품을 25% 넘게 파는 것도 가능해져 적극적인 시장확장공세가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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