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실패 1년…끝나지 않은 “네 탓” 공방

나로호 실패 1년…끝나지 않은 “네 탓” 공방

입력 2011-06-09 00:00
수정 2011-06-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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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화제·폭발볼트 때문” vs 러시아 “FTS 오작동”



지난해 6월 10일. 2차 도전에 나선 나로호는 오후 5시1분 나로 우주센터에서 힘차게 이륙한 지 137초 만에 연락이 끊겼다.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이후 1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제작에 참여한 한국과 러시아 기술진의 책임 공방만 이어지고 있다.

17명의 국내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나로호 2차 발사 조사위원회’가 9일 공개한 잠정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로호는 이륙 후 약 136.3초가 지나 1차 충격(진동)을 받았고, 다시 약 1초 뒤인 137.3초에 2차 충격(내부 폭발)과 함께 2단(상단부)의 텔레메트리(원격측정) 자료 전송이 중단됐다.

137.7초 시점에서는 1단(하단부)의 텔레메트리 자료까지 끊어지면서 결국 발사 실패로 확인됐다.

1차 충격과 2차 폭발 사이 통신은 끊겼고, 0.3초간 비행종단시스템(FTS;Fight Termination System) 점화정치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됐다.

1-2단 연결부 내부에 장착된 카메라에는 136.30초부터 약 0.9초간 섬광이 찍혔다.

사고의 전말을 풀 열쇠인 이 첫 번째 충격의 원인에 대해 1단 로켓을 개발한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와 2단 로켓을 제작한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지난 1년간 서로 다른 주장을 펴왔다.

러시아 측은 FTS 점화장치 이상 신호를 근거로 항우연이 만든 상단부의 FTS가 오작동을 일으켜 킥모터(Kick Motor) 내 고체 추진제가 타면서 폭발로 이어졌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상단 킥모터란 1단 추진체가 떨어져 나가고 나서 탑재체(위성)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추진체를 말하는데, 비행 궤적이 잘못돼 민가 피해 등 문제가 예상될 경우 자폭하기 위해 FTS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나로호 2차 발사 조사위원회’가 지상에서 FTS를 작동시켜 킥모터의 일부를 연소시키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때 내부 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나로호 실패 당시의 것과 달리 섬광이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러시아 측도 이런 결과에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백 배에 이르는 기압 차이 등 비행 당시 환경과의 차이 때문에 결정적 증거로 사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항우연은 러시아측이 만든 1단 부 산화제 가압·순환 시스템의 문제로 산화제가 새어나와 1-2단 연결부에서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러시아 측은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항우연은 1단과 2단을 연결하는 부품이자 스스로 터지며 두 개 단을 분리하는 이른바 ‘폭발 볼트’의 이상이 1차 충격(진동)의 원인이라는 가설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1단 부와 마찬가지로 폭발 볼트 역시 러시아 측이 만들었고, 1-2단 연결부는 제작에는 양측이 모두 참여했다.

’나로호 2차 발사 조사위원회’는 이 세 가지 유력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지난 1년간 38차례 회의와 텔레메트리 정밀 분석, 8차례의 지상 검정 시험 등을 진행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진공상태에 가까운 낮은 압력 등 실제 사고 당시 환경을 정확하게 재연하기 어려운 데다, 지상 시험에 필요한 시험모델 제작에 상당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두 나라 정부가 직접 나서 공동조사단을 꾸리고 나로호 실패 원인 규명 작업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프로젝트 계약당사자(항우연과 흐루니체프)간의 기술적 ‘자존심 싸움’으로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각국 15명 안팎의 전문가로 구성되는 공동조사단은 최종적으로 하나의 원인을 찾거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가능한 모든 잠재 원인을 찾아내고 보완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양성광 교과부 전략기술관은 “계약상 3차 발사는 무조건 추가 비용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공동조사단은 누구에게 원인을 돌리기보다는 작은 가능성이라도 모든 가설을 다 제시해 보완할 것”이라며 “신뢰도 99.9%의 단일 원인을 찾으려면 10년, 20년도 걸리겠지만, 어느 정도 가설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원인을 제시하고 보완에 초점을 맞추면 양국 공동조사단은 예상보다 빨리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략기술관도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통 발사 준비에 6∼7개월이 소요되는 사실을 고려할 때 예상대로 연내 공동조사단의 활동이 마무리되면 나로호 3차 발사는 이르면 내년 6~7월께 가능할 전망이다.

양 전략기술관은 “공동조사단의 결론에 앞서, 이미 항우연에 유력 원인에 대한 보완 작업 준비를 지시했다”며 “연말까지 보완이 끝나는 것으로 가정하면 이후 발사 준비에는 6~7개월 정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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