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모형 이용 실내 설계 안락함 최상 850만대 팔려… 새달 한국 본격 판매
쉐보레의 말리부가 쏘나타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지엠은 지난 4일 중형 세단 말리부를 공식 발표하고 사전 계약에 들어갔다. 중형차인 말리부가 다음 달부터 본격 판매에 나서면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 르노삼성차 SM5 등과 중형차 시장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또 말리부의 가세로 중형차 ‘빅3’ 판도에 변화가 올지도 주목된다.말리부는 북미 시장의 대표적인 중형차로 유명 인사들 고급 주거지역으로 잘 알려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명에서 이름을 따왔다. 1964년 1세대 모델이 데뷔한 이래 최근까지 850만대 이상 팔렸다. 이번에 출시되는 모델은 8세대로 분류된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할 정도로 한국지엠은 말리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말리부는 중국과 미국, 유럽 등 해외 100여개 지역에서도 판매되지만 한국이 첫 번째 시장으로 결정됐다.
●스포츠카 디자인에 주행 정숙성이 무기
지난달 쏘나타는 9986대, K5는 9475대가 팔리며 중형차 시장을 주도했다. 또 SM5도 4537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치열한 중형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쉐보레 말리부의 무기는 무엇일까.
스포티한 디자인과 주행 정숙성, 동급 최초의 편의기능이다. 말리부의 실내는 인체 모형인 오스카(OSCAR)를 이용해 제작했다. 운전대, 페달, 시트, 룸미러 등의 위치와 각도, 크기 등 탑승객이 최상의 공간 활용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트 역시 다양한 신장과 체중의 사람이 탑승할 경우에 대한 여러 시뮬레이션을 통해 동급최고 수준의 안락함을 자랑한다.
말리부는 쉐보레의 대표적인 스포츠카인 카마로와 콜벳에서 얻은 영감을 받아 매력적이고 역동적인 외관 디자인을 갖췄다. 말리부에 적용된 두 개의 사각형으로 이뤄진 듀얼테일램프(후미등), 속도 게이지와 rpm 게이지가 분리된 형태의 듀얼 크롬 계기판은 트랜스포머로 유명세를 탄 스포츠카 카마로와 비슷하다. 또 300시간 이상의 풍동(風洞) 테스트를 거쳐 제작한 말리부의 공기역학적 디자인 역시 낮은 공기저항지수로 인한 연비 향상과 스포티함을 더했다.
정숙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적용됐다. 실내로 유입되는 타이어 및 노면 소음을 획기적으로 차단하는 흡음재 및 차음재를 장착했다. 또 소음 저감형 사이드미러 디자인, 차음 유리창, 흡음 패드 등을 적절히 적용해 실내 정숙성을 높였다. 마이크 아카몬 한국지엠 사장은 “말리부의 무기는 스포츠카의 디자인과 동급 최고 수준의 정숙성”이라고 자랑했다.
●가격·엔진성능 경쟁차에 밀려… 안전성은 최고
중형차들의 가격 차이는 거의 없는 편이다. 말리부 2.0은 2185만~2821만원으로 쏘나타(2190만~2800만원)나 K5(2150만~2730만원), SM5(2140만~2740만원) 등 국내 경쟁 차종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다. 크기는 경쟁차들보다 우세하다. 전폭은 1855㎜로 쏘나타·K5(1835㎜)보다 50㎜가량 넓고, 전장은 4865㎜로 쏘나타(4820㎜), K5(4845㎜)보다 길다. 전고는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엔진 성능이다. 파워나 토크 모두 경쟁 차종에 비해 딸린다. 계속해서 새로운 엔진 개발에 나서는 현대기아차와는 달리 엔진에서는 큰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
말리부 2.0의 최고 출력은 141마력으로, 쏘나타·K5의 165마력에 뒤지고, 최대 토크 역시 18.8㎏·m로 쏘나타·K5의 20.2㎏·m보다 처진다. 르노삼성의 SM5는 141마력에 최대 토크는 19.8㎏·m이다.
무게는 가장 많이 나간다. 공차 중량이 1530㎏으로 쏘나타·K5(1415㎏) 대비 100㎏ 이상 무겁다. 무게가 많이 나가다 보니 연비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말리부의 연비는 12.4㎞/ℓ로, 쏘나타·K5(13㎞/ℓ), SM5(12.5㎞/ℓ)보다 못한 수준이다.
하지만 안전성에서는 말리부가 최고다. 말리부는 부족한 엔진 대신 차체의 65%를 고장력 강판으로 설계하면서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자랑한다. 에어백 같은 안전보조 장치를 달지 않고도 충돌 시험에서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11-10-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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