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시장 지위 이용한 무리한 요구”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가 한국 면세점 4곳에 수수료를 대폭 인하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18일 구찌의 한국지사인 구찌그룹코리아와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구찌는 올해 5월 초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파라다이스면세점, 동화면세점에 자신들이 내는 판매 수수료를 기존보다 10% 포인트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수수료율 변경은 내년 봄ㆍ여름 상품 주문 시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
그간 면세점과 절반씩 부담하던 인건비는 구찌가 모두 부담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 면세점이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되 반품을 허용하지 않던 방식을 구찌가 정한 제품을 공급하고 일정한 조건에서 반품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을 덧붙였다.
면세점 관계자는 구찌의 수수료 변경 요구가 일방적이고 인하 폭도 지나치게 크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반품 가능성이나 인건비 등을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수수료 이익은 이를 상쇄하고 남을 정도라서 ‘생색내기’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찌가 이른바 ‘명품’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면세사업자에게 울며 겨자 먹기 식의 거래 조건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 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구찌가 본국으로 송금해야 하는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라며 “수수료율 변경으로 구찌가 연간 2천만 달러 이상의 추가 이익을 내고 이 금액이 국외로 유출될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수수료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매장을 철수하겠다고 해서 난감한 상황”이며 “제품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주문부터 했다”고 덧붙였다.
구찌그룹코리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업 모델 변화에 따라 업계 상황과 조건에 맞춰 수수료율을 변경했다”며 “내년도 상품 주문이 이뤄진 것 자체가 면세점이 이 조건에 동의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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