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서민 차별’ 도 넘었다

은행들, ‘서민 차별’ 도 넘었다

입력 2011-10-18 00:00
수정 2011-10-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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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은 ‘바가지 수수료’…부유층은 ‘적자 감수’ VIP영업

은행들의 서민 차별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카드사들은 서민 대상 업종의 수수료를 낮추는 등 ‘서민 달래기’에 나섰지만 은행들은 요지부동이다. 프라이빗 뱅킹(PB) 등 부유층 대상 영업은 적자를 감수하며 출혈 경쟁을 벌이지만,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바가지 수수료’를 씌우고 있다. 금융권의 탐욕을 질타하는 목소리에 귀를 굳게 닫은 모습이다.



◇ “수수료 외국보다 싸다” 해명은 거짓말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국내에서의 창구 수수료, 현금자동인출기(ATM) 수수료 등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은행들보다 훨씬 싸다며 수수료 인하를 거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는 거짓말이다. 정답은 “일부는 싸고, 일부는 비싸다”이다.

은행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자동화기기(ATM) 현금인출 수수료는 은행별로 500~1천200원에 달한다. 영업시간보다 시간외 인출이 훨씬 비싸고, 다른 은행 ATM에서 인출하면 그 수수료는 2배에 달한다.

그런데 미국 씨티은행,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등의 글로벌 은행은 자기 은행이나 다른 은행, 영업시간이나 시간외를 막론하고 대부분 ‘0원’을 적용하고 있다.

주거래은행 창구를 이용한 계좌이체도 이들 해외은행은 자기 은행 지점간 계좌이체는 모두 무료로 하고 있다. 인건비 운운하며 최대 2천원을 받는 국내 은행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더구나 은행들이 매년 떼가는 펀드 판매보수는 가입액의 1%가량으로 선진국의 2배를 훨씬 넘고 있다. 한 마디로 국내 은행들의 “해외보다 싸다”는 주장은 아전인수식 거짓말에 불과한 셈이다.

국내 은행들의 ‘아전인수’는 또 하나 있다. 바로 수수료가 차지하는 이익 비중이다.

은행들은 글로벌 은행들의 수수료 이익 비중이 40%에 가까워 7.1%에 불과한 국내 은행들의 비중보다 훨씬 높다고 말한다. 그만큼 수수료를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인수합병(M&A) 중개, 기업상장(IPO), 채권 발행 등 고부가가치 금융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수료가 대부분이다.

국내 은행들처럼 계좌이체수수료, 현금인출수수료 등 서민들의 ‘푼돈’을 뜯어낸 수수료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 그러나 은행들은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 VIP영업은 적자 감수 ‘돈 쏟아붓기’‥”서민 수수료도 낮춰야”

은행들은 “적자를 면치 못한다”며 서민 수수료 인하를 거부하지만, 부유층 대상 영업은 적자를 감수하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은행마다 대규모 PB센터를 잇따라 세우면서 부유층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이들에게는 각종 수수료 면제, 대출이자 우대, 문화행사 초청 등 온갖 혜택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들 VIP영업은 사실 은행이 ‘밑지는’ 장사다. 은행의 주 수익원은 예대마진 즉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마진인데, 이들 돈 많은 고객들은 예금액은 많지만 은행에서 돈을 빌릴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관리 수수료도 아직 미미한 수준인데다 고객 유치를 위해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일쑤여서 사실 VIP영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투자은행(IB)으로의 발돋움을 위해 지금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가계대출 예대마진 등에만 치중하는 국내 은행이 글로벌 IB로 발돋움할지는 의문이다. 남은 것은 부유층 고객과 서민 고객의 극단적인 차별뿐이다.

더구나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은행들의 변명 또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은행들의 이자 부문 수익률은 50%였지만, 수수료 부문의 수익률은 68%에 달했다. 적자는 커녕 이자 부문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국내 은행들이 대형화, 과점화하면서 어지간한 비판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이라며 “서민들의 혈세로 조성한 공적자금 지원으로 살아남은 은행들이 서민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금융회사들에 지원해 준 공적자금은 총 160조원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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