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인사와 찍은 사진 신종 주가조작에 악용

유력인사와 찍은 사진 신종 주가조작에 악용

입력 2011-11-17 00:00
수정 2011-11-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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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ㆍ문재인ㆍ안철수와 친분 연상 사진 인터넷 유포

주가를 조작해 ‘한탕’을 하려는 작전세력의 수법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 테마주에는 신종 수법의 작전이 등장한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증권게시판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작전 세력이 특정 종목을 추천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안 원장이 최대주주인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한 달 만에 두 배로 뛰어 사상 최고가에 올랐다. 이른바 ‘안철수 테마’로 꼽힌 종목들도 특별한 이유 없이 상승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안 원장과 찍은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나돌고서 해당 종목이 상한가로 직행하는 황당한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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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이와 유사한 종류의 정치테마주가 약 60개에 달할 정도로 주식시장에서 난립하자 한국거래소가 대대적인 시장감시에 나섰다.

◇사진 한 장으로 주가 폭등

코스닥 상장사 솔고바이오 주가는 지난 나흘간 30% 가까이 폭등했다. 이 회사의 이민화 사외이사가 안 원장과 친분이 깊다는 소문 덕분이었다.

벤처기업협회 회장, 한국기술거래소 이사장 등을 지낸 이 씨는 의료기기 제조업체 메디슨을 창업한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2006년부터 솔고바이오 사외이사로 등록돼 있다.

카이스트 초빙교수인 이 씨는 최근까지 안 원장과 정부의 10대 신성장동력 프로젝트 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런 사실과 관계없이 솔고바이오 주가가 본격적으로 급등한 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며칠 전 누군가가 안 원장과 이 씨가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각종 증권게시판에 올렸다. “(두 사람은) 이념과 뜻을 같이 한다”는 사진설명도 곁들였다. 전형적인 주가 띄우기용 게시물이었다.

이 글의 작성자는 솔고바이오가 의료기기를 만들기 때문에 복지를 강조하는 박근헤 전 한나라당 대표와 철학이 맞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기존 테마주는 녹색성장이나 원자력 발전처럼 정부 정책, 대규모 사업 등과 연계된 것이 일반적이었다.

주식시장의 테마는 특정 사업으로 실적 면에서 혜택을 볼 기업들을 골라 미리 투자하면 미래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이달 초 정부가 2019년 말까지 해상풍력단지에 10조2천억원을 투입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증권사 연구원들이 잇따라 풍력발전 관련업체에 투자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형성된 테마주는 이전과 다르다. 유력 인사와 회사 관계자의 친분이 테마 형성의 결정적인 고리가 됐다.

특히 유력 대권 주자와 찍은 사진의 위력은 크다.

올해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대현은 신현균 대표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찍었다는 사진 덕분에 주가가 한동안 급등했다. 그러나 사진 속 인물이 신 대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폭락했다.

사진이 효과를 발휘하자 일부 누리꾼은 범죄 의도가 강한 사진을 증권게시판에 올려 주가 부양을 시도했다.

한 주식카페에는 ‘진정한 안철수, 문재인 수혜주’란 제목으로 피에스엠씨 류진 대표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랐다. 솔고바이오도 비슷한 사례다.

거래소 관계자는 17일 “현재 주식시장에 선거 관련 테마주만 약 60종목에 달한다. 그 중 사진을 동원해서 친분을 강조한다든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인터넷 증권게시판 조사 계획”

금융당국은 선거를 앞두고 일부 종목이 과열됨에 따라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솔고바이오 등의 주가 급등과 관련해서 사진과 글을 유포한 인터넷 증권게시판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에는 사진이 주가조작에 악용되기도 한다. 회사 관계자가 일부러 퍼트린 것인지, 시장에서 그냥 돌아다니는 것인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의 노력에도 기승을 부리는 ‘정치인 테마주’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등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탕’을 노리기에 좋은 환경인 셈이다.

거래소는 솔고바이오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자 시장경보를 발동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15일 솔고바이오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다음날 한 번 더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경고를 무색게 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달려드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발을 뺐다. 전날 외국인은 솔고바이오 주식을 15만주 가까이 팔아치워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 기관은 이 주식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유없이 주가가 오르는 종목에 개인들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최근 난립하는 정치 테마주에 경계령을 발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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