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일 건 다 줄인다”‥이자부담 내수 직격탄

“줄일 건 다 줄인다”‥이자부담 내수 직격탄

입력 2011-11-26 00:00
수정 2011-11-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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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더 심각해질 것” 우려 많아

모 대학 연구소의 연구원인 문모(39)씨. 그는 요즘 늘어나는 대출금과 이자 때문에 한숨을 달고 산다.

집을 사기 위해 5년 전 1억3천만원을 대출받았던 그는 얼마전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은행에서 2천만원을 또 빌렸다.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매달 부담하는 이자가 50만원에서 80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달 300만원에 불과한 수입의 4분의 1 가까운 돈을 은행에 ‘바치게’ 된 것이다.

결혼한 지 10년 가까이 되지만 아직 자녀가 없는 그는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였다”면서 “이런 형편에 어떻게 마음 놓고 아이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해 가계대출 이자부담이 5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계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무리한 주택대출로 인한 이자부담이 버겁게되자 어쩔 수 없이 소비를 줄이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02년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416조원이었다. 9년이 흐른 올해 9월말 가계대출은 2배에 달하는 840조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43조원이 급증했다.

대출금리마저 크게 올랐다. 지난해 말 연 5.35%였던 은행권 금리는 5.86%로 0.51%포인트 뛰어올랐다. 1억원 빌린 사람은 연간 51만원, 2억원 대출자는 102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에 다니는 양모(40)씨는 연봉이 6천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최근 13년 된 1,500cc ‘누비라’ 승용차를 바꾸는 걸 포기했다.

양씨는 “2억원 대출을 받았으니 대출금리가 연 5.8%면 이자가 1천만원이 넘는다. 차 사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지난해 10월에 비해 8.8% 급감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유통업체 판매는 최근 마이너스 성장세로 들어섰다. 그 배경에 ‘허리가 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늘어난 대출이자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에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 900조원을 돌파하고 대출이자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간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수석연구원은 “내년에도 가계의 빚이 지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제자리여서 서민들은 허리띠를 한층 졸라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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