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융권 수익감소…유럽위기에 수수료인하

내년 금융권 수익감소…유럽위기에 수수료인하

입력 2011-12-26 00:00
수정 2011-12-26 05:3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금융회사들이 내년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자 연말부터 감원의 칼을 빼들었다.

리먼사태 이후 뚜렷하게 나타났던 경기 회복세는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둔해질 전망이다. 유럽 재정위기 탓에 금융시장 불안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수수료 인하 압박 등 경영에 부정적인 국내 변수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실적 악화를 예상한 금융회사들은 신규고용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서 기존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내외 악재 예고…구조조정 명분

금융회사들이 기존 인력을 퇴출하려는 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규제 부담은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회사들이 몸집 줄이기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정부는 201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3.4%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가장 큰 경제이슈였던 유럽 위기는 해결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유로본드 발행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 확대와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독일의 반대로 사실상 좌초한 상태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로존 15개 국가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공조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보다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대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일본의 막대한 재정적자, 고성장세를 이어왔던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도 내년에 불거질 수 있는 불안 요인이다.

게다가 은행들은 올해 금융권 탐욕 논란에 휩싸여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등을 대폭 낮췄다. 증권사들은 주식·펀드 수수료를 줄줄이 인하했다.

당국은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연내 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밝혀 카드회사들이 긴장한 상황이다. 안팎으로 악재가 겹쳐 ‘내우외환’이라 할 만하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2009년 5만5천명, 지난해 4만2천명 증가한 금융권 인력은 올해 11월 말까지 3만7천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권 ‘파이’가 커질 여지가 적어 증가세는 갈수록 둔해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4대 금융지주 예외없이 실적둔화 전망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한 금융회사들이 내년에는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증권사 연구원들은 입을 모은다. 내우외환이 실적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는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내년 순이익 합계(25일 현재)가 올해보다 6.62% 감소한 8조8천867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 20여곳이 내놓은 전망치의 평균값이다.

이 중 우리금융지주 순이익이 올해 2조2천264억원에서 내년 1조9천724억원으로 11.41% 급감해 국내외 악재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7.87%)과 신한금융(-5.07%) 등도 올해보다 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증권사들은 내다봤다. 가장 양호한 하나금융(-0.12%)조차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4대 금융지주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 역시 12조1천763억원으로 올해보다 7.20% 줄어들 전망이다. 순이익보다 더 많이 위축되는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부문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가계부채 위험도 커지는 국면이다. 올해 높아졌던 은행권의 실적둔화 우려는 내년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경기가 둔화해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수치상 실적은 더 깎인다.

대우증권(65.95%), 삼성증권(30.93%), 우리투자증권(38.37%) 등 대형 증권사들은 순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형 증권사들의 타격이 우려된다.

카드회사도 상황이 좋지 않다. 삼성카드의 내년 순이익은 4천313억원으로 올해보다 12.00%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는 에버랜드 지분 매각이라는 1회성 요인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내년 1월 말 에버랜드 보유 지분 중 17%를 주당 182만원에 KCC에 팔기로 했다. 매각 대금은 총 7천739억원에 달한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카드회사들은 수수료 규제에 큰 악영향을 받는다. 은행들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투표
'정치 여론조사' 얼마큼 신뢰하시나요
최근 탄핵정국 속 조기 대선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여야는 여론조사의 방법과 결과를 놓고 서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론이 그 어느때보다 두드러지게 제기되고 있다. 여러분은 '정치 여론조사'에 대해 얼마큼 신뢰하시나요?
절대 안 믿는다.
신뢰도 10~30퍼센트
신뢰도 30~60퍼센트
신뢰도60~90퍼센트
절대 신뢰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