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은행 ‘명퇴’ 칼바람

늙어가는 은행 ‘명퇴’ 칼바람

입력 2012-01-09 00:00
업데이트 2012-01-0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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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인사 적체가 심각하다. 경영진은 ‘명예퇴직’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고, 노조는 ‘대규모 승진 인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8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직원 수는 9만 7826명이다. 과장 이상 간부급이 5만 9660명(61%)으로 사원·대리 등 행원급(3만 8166명, 39%)보다 많다. 2000년 말에는 행원급(4만 8921명, 54%)이 간부급(4만 1662명, 46%)보다 많았다. 2002년 말 첫 역전(간부급 4만 5174명, 행원급 4만 1131명)이 일어난 뒤 행원보다 간부가 더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가 심화된 것이다.

●‘행원 < 간부’ 역피라미드 심화

이렇듯 은행이 갈수록 ‘늙어가는’ 데에는 1998년 외환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위기 돌파를 위해 대규모 명퇴가 이뤄졌지만 신규채용도 동시에 동결되거나 크게 축소돼 ‘젊은 피’ 수혈이 줄어들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따른 과잉 인력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조직 융합과 노조 반발 등을 의식한 경영진이 인력 개편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고령화를 일정 부분 자초한 것이다.

●신한·국민銀 명퇴신청 받아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2년 만에 명퇴를 실시한다. 은행 측은 “명퇴 대상과 조건 등을 놓고 9일부터 노조와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협상이 마무리되면 16일부터 명퇴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2006년 4월 조흥은행과 합병했다. 지점을 통폐합했음에도 부지점장급만 1700명을 넘어서는 등 인력 구조의 비효율성이 계속 문제로 지적돼 왔다. 2009년 명퇴를 통해 200명가량을 덜어낸 데 이어 이번에 다시 명퇴에 나선 이유다. 국민은행도 ‘한시특별준정년퇴직’ 제도를 실시, 지난 6일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은행 측은 “신청자가 100명 이내”라고 밝혔다. 앞서 농협은 지난해 말 521명,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말 378명을 명퇴시켰다.

●노조는 대규모 승진인사 요구

하지만 명퇴만으로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 보니 노조가 승진 인사를 주문할 정도다. 산업은행 노조는 앞으로 있을 임원 인사를 앞두고 ‘대거 승진’을 사측에 요구했다. 강태욱 노조위원장은 “승진을 통해서라도 인사 적체의 숨통을 터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은행 노조도 최근 임금단체협상에서 장기 승진 누락자 100명을 구제해 달라고 사측에 요구해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 예정된 승진 인사 대상자는 700여명에서 800여명으로 늘게 됐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은행주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밑도는 데는 (비효율적인 인력 구성 등에 따른) 고비용 구조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12-01-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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