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악화’, 수출 ‘정체’, 투자·고용 ‘위축’
하반기 기업들의 수출과 채산성 등이 더욱 악화하면서 우리 경제는 상반기보다 추락의 골이 깊어지는 ‘상저하추(上低下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좋은 ‘상저하고(上低下高)’ 현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매출액 상위 600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영 환경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0.7%가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긍정적이라는 기대는 8.5%에 그쳤다.
업종별로 주력 수출업종인 자동차 및 조선 등 운송장비에서 부정적이라는 응답 비율은 59.6%였고, 철강 등 1차금속 및 가공금속(59.0%), 석유정제 및 화학제품(51.3%) 등도 부정적이라는 우려가 컸다.
건설(64.8%), 방송통신(58.3%), 전기가스(57.7%), 음식료(51.7%), 도소매(51.6%) 등 내수 업종의 경영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하반기 경영환경 악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기업들은 ‘선진국 경기침체’(41.7%)와 ‘내수침체 장기화’(34.4%) 등을 꼽았다.
수출과 채산성 등 기업들의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수출 전망에 대해 42.3%는 ‘정체’, 25.2%는 ‘감소’를 예측한데 비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32.5%였다.
지난 10년간(2002∼2011년)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보다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2.7% 감소)뿐이었다.
2009년에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20.6%로 최대를 기록했으나 2010년에는 10.7%, 작년에는 2.9% 등으로 계속 폭이 줄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중국 수출은 745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연간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고됐다.
이 기간 품목별로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는 0.9% 줄었고 석유제품(-7.3%), 합성수지(-8.9%), 자동차부품(-8.3%) 등의 수출도 줄었으나 반도체는 7.9% 올랐다.
연간 대중국 수출은 2002년부터 플러스 증가율을 지속하다 2009년 5.1% 감소로 주춤했으나 2010년 34.8%로 반등한뒤 작년에는 14.9%로 증가폭이 줄었다.
600대 기업은 하반기 수익성에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의 43.0%가 ‘상반기보다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은 33.5%였으나 대체로 4%포인트 미만의 개선을 예상했다.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되면서 투자와 고용은 상반기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투자 수준을 묻는 말에 54.5%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3년간(2009∼2011년) 기업들의 상반기 대비 하반기 투자 증가율이 20%를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한 것이다.
600대기업의 상반기 대비 하반기 투자 증가율은 2009년 22.3%, 2010년 24.8%, 2011년 24.0%였다.
하반기 고용에 대해서도 63.8%가 ‘변동이 없다’고 했다.
기업들은 하반기 가장 필요한 정책 과제로 49.4%가 ‘적극적인 내수시장 활성화’를 꼽았고 30.5%는 ‘수출 리스크 대응’을 희망하는 등 수출과 내수의 동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중견 수출기업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악화로 수출 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는데 내수시장 부진마저 계속되면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가 없다는 위기의식이 업계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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