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가 원인…우리은행 손실만 1조2천억
국내 은행과 보험사가 지난 9년간 외국 유가증권에 투자했다가 날린 금액이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금융사의 분기별 국외투자 손실액은 실적발표 등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다년간에 걸친 손실 내역을 정리한 자료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민주통합당)이 금융감독원에서 건네받은 ‘국내 은행 및 보험회사 국외투자 실태’ 자료로는 국내 주요 은행ㆍ생명보험사ㆍ손해보험사 43곳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 유가증권에 투자해 입은 손실액은 3조9천736억원이다.
은행 10곳이 이 기간 849건에 걸쳐 8조3천억원 규모의 재외 유가증권에 투자해 271건 2조2천80억원(26.6%)이 회계장부상 ‘손실’로 처리됐다. 전체 투자금액의 4분의 1 이상을 날린 셈이다.
종류별 손실률은 파생상품이 89.18%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은 주식투자(54.43%), 펀드(25.94%), 현금채권(13.16%) 등 순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1조2천억원을 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원을 넘는 손실을 봤다.
보험사들은 손실률이 4∼5%대로 국외투자 성적이 은행보다 나았다.
생명보험사 19곳은 같은 기간 2천427건에 걸쳐 27조5천431억원을 투자해 329건 1조3천276억원의 손실을 냈다. 손해보험사 14곳은 투자액 7조8천646억원 가운데 4천380억원을 날렸다.
보험사들이 70% 이상을 채권에 투자했지만 은행은 파생상품과 주식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는 바람에 성적이 갈렸다고 김 의원은 분석했다.
그는 “주식투자만 놓고 봐도 은행 손실률(54.43%)이 생보사(3.81%), 손보사(25.31%)보다 훨씬 높았다. 은행의 투자성향과 투자 전략이 모두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사들이 갖가지 명목의 수수료와 가산금리 등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기 때문에 ‘묻지마 국외투자’가 계속됐다. 감독 당국이 국외투자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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