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ㆍ소득 낮으면 지갑에 신용카드 못넣어

신용ㆍ소득 낮으면 지갑에 신용카드 못넣어

입력 2012-10-21 00:00
업데이트 2012-10-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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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발급 대폭 억제되고 이용한도 축소될 듯카드사 순이익은 10% 감소…모집인 반발 우려

금융당국이 21일 발표한 ‘신용카드 발급ㆍ이용한도 모범규준’은 신규ㆍ갱신 발급을 억제하고 이용한도를 줄이는 게 뼈대다.

한 마디로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만 신용카드를 만들어 분수에 맞게 쓰라는 것이다. 너도나도 신용카드를 손쉽게 만들어 카드빚을 내는 폐단을 막겠다는 취지다.

신용카드 시장은 연체율이 상승하고 신용불량자(채무불이행자)가 늘어 가계부채의 위험요소로 지목된 지 오래다. 신용카드사는 그 와중에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이번 모범규준이 적용되면 신용카드사의 이익은 1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회원 모집으로 생계를 꾸리는 모집인의 반발도 우려된다.

◇소득 높아도 빚 많으면 신용카드 ‘언감생심’

당국이 마련한 모범규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처분소득이다. 발급 여부는 물론이고 한도 책정에도 가처분소득이 핵심 기준이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빚이 많으면 카드대출이나 할부금을 갚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다. 가처분소득은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을 빼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일단 월 가처분소득이 50만원을 넘어야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 수 있다. 월급이 300만원이라면 매월 빠져나가는 원리금 상환액이 250만원 이하여야 가능한 셈이다.

가처분소득이 50만원을 밑돌면 신용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신용카드를 만들지 못한다.

다만 체크카드에 소액의 신용 기능(최고 30만원)이 붙은 ‘직불기반 겸용카드’는 1장 만들 수 있다. 2장 이상 만들려면 신용도와 가처분소득을 다시 따진다.

신용도는 1∼6등급이면 별다른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 신용평가회사마다 신용등급을 다르게 매겼다면 그중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등급이 쓰인다.

신용카드 발급에서 신용도를 중요하게 보는 까닭은 신용도가 낮을수록 연체율이 급격히 뛰기 때문이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신용등급별 카드 부도율(1년내 3개월 이상 연체 발생 확률)을 보면 1∼6등급은 0.4%에 불과하지만 7∼10등급은 9.0%로 22배나 높아진다.

신용카드 3장 이상으로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사람은 96만4천명에 이른다. 1∼6등급이 40만명, 7∼10등급이 56만4천명이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중소금융과장은 “지난해 발급된 신용카드 630만장 가운데 30만장은 결제능력이 부족하거나 다중채무자에게 발급됐다”고 말했다.

◇같은 신용카드라도 이용한도는 ‘천차만별’

신용카드 이용한도는 지금까지 신용판매(일시불ㆍ할부구매)와 현금서비스로 구성됐다.

가령 월 이용한도 300만원인 A씨가 이번 달에 갚아야 할 현금서비스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이라면 일시ㆍ할부로 살 수 있는 한도는 200만원인 식이다.

모범규준은 이용한도에 카드론을 추가했다. 카드론은 원래 한도를 따로 관리하지 않았지만, ‘약탈적 대출’이란 비난이 쏟아지자 한도 관리 대상에 넣은 것이다.

따라서 A씨가 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로 200만원을 썼다면, 카드론은 원리금 상환액이 100만원(300만원-2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셈이다.

이용한도와 신용판매ㆍ현금서비스 실제 이용액은 카드론을 신청하기 직전 3개월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금융감독원 김영기 상호여전감독국장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무분별하게 써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2010년 13만6천명에서 지난해 17만6천명으로 늘었다.

신용판매와 카드대출을 합친 전체 이용한도를 정할 때는 가처분소득이 많고 신용도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신용도 1∼4등급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한도를 받는다. 이들은 연체율이 0.1%에도 미치지 않은 ‘우량 고객’이기 때문이다.

연체율이 0.1∼0.2%인 5∼6등급은 월 가처분소득의 3배까지만 신용카드를 쓸 수 있다.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7등급 이하는 가처분소득의 2배 이하로 제한된다.

다만 이용한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충격을 줄이려고 최근 6개월간 연체나 한도 증액이 없었다면 월별 사용액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한도로 삼는다.

◇카드사 ‘좋은 시절’ 다 갔다…모집인 반발도

지난해 1조5천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호황을 구가하던 신용카드 업계는 울상이다. 이번 모범규준 제정으로 신용카드 발급ㆍ사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협회는 신한ㆍ삼성ㆍ현대 등 전업계 카드사의 순이익이 1천5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순이익의 10%를 까먹는 셈이다.

신용카드사에 대한 규제는 지난해 가계부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줄곧 강화됐다.

특히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리고 카드대출 리볼빙을 사실상 금지한 데 이어 카드영업의 근본인 발급ㆍ사용 규제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사면초가’가 됐다.

신용카드 회원을 모아 수수료로 생계를 꾸리는 모집인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이들은 지난 19일 여의도 금감원 앞에 모여 신용카드 불법모집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카파라치(카드+파파라치)’ 제도 철회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국은 신용카드 억제 드라이브를 계속 걸 태세다.

당장 신용카드의 대안으로 미는 체크카드에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한 가운데 체크카드 사용이 신용등급 평가에서 가점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체크카드 사용이 신용카드에 견줘 신용등급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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