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총괄장관 ‘주먹구구 전망’ 자인

경제정책 총괄장관 ‘주먹구구 전망’ 자인

입력 2012-10-25 00:00
수정 2012-10-2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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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재정부가 혼란 키운다”

“내년 성장률 4%는 무리 없는 수준이다.” (9월 25일 경기 화성 보육시설 방문 중)

“전망치가 4%이지만 하방위험이 상당히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4.0%보다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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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박재완 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아니면 말고’ 식의 애널리스트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박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경기) 하방위험이 훨씬 크다는 것”이라면서 내년 성장률이 지난달 25일 내놓은 정부 전망치인 4%를 밑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9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주먹구구식으로 4%를 제시한 것”이라면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현실적인 전망치를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정부가 ‘부실 전망’을 내놓았다고 자인한 셈이다.

‘올해 3.3% 성장률 전망치가 장밋빛’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6월 정부가 전망할 때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한국은행 등의 전망치도 언저리에 있었다.”며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부는 다른 경제 예측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난 뒤인 9월에도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당시 변명은 “정부는 성장률 전망 기관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당국 관계자는 “충분히 수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올해 장밋빛 성장 수치를 고집하더니 이제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면서 “정부 논리대로라면 내년 성장률 전망도 수정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한 달 만에 박 장관이 전망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애초 전망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했다는 방증이다. 지난달 전망 때와 지금 국내외 상황이 이렇다 할 만큼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나라살림(세수 예측)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재정부가 시장에 신뢰를 주기는커녕 되레 혼란을 키우고 있다.”면서 “성장률을 둘러싼 변명 대신 하향 조정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박 장관은 종합부동산세를 과거처럼 부과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종부세는 과도한 징벌적 제도라서 지속 가능하지 않고 특정 계층에 가혹한 부담을 주는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면서 “옛날(참여정부)처럼 부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2-10-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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