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당첨자 조상 꿈 최다…27%는 당첨사실 비밀로 간직
우리나라 성인들은 10명 가운데 7명꼴로 복권을 산 적이 있을 정도로 복권은 사행성이 강하다. 다른 사행산업으로 빠져드는 입문이 될 소지가 큰 이유다.1등 당첨자들은 꿈에 조상이 나타나고서 복권을 구매한 사례가 가장 많고 약 27%는 당첨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권 판매 수익금은 나눔로또의 캐치프라이즈인 ‘한 장의 따뜻한 기부, 로또는 사랑입니다’처럼 다양한 공익사업에 활용된다. 그러나 기금 활용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 복권 구매 주된 동기는 ‘일확천금’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한국갤럽이 지난 4월 일반 성인 3천100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는 사행활동 가운데 경험률이 가장 높은 것은 복권 구매다. 경험률이 72.9%에 달했다. 복권 구매가 국민의 일상사가 된 셈이다.
최초로 경험한 사행활동은 복권(24.6%)은 두 번째다. 고스톱과 같은 ‘친목목적 게임’(63.3%)의 뒤를 이었다.
복권을 처음 산 이유로 ‘혹시 돈을 따지 않을까 싶어서’란 응답이 64.2%로 가장 많았다. ‘여가생활과 레저 목적’ 비중은 13.5%, ‘복잡한 일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서’는 6.8%에 그쳤다. 일확천금의 기대가 복권 구매의 주된 동기란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반인이 지난해 시간과 비용을 제일 많이 투자한 사행활동은 ‘복권 구매’(39.1%)였다. ‘친목목적 게임’이 28.3%, 오락형 온라인 게임이 15.0%로 뒤를 이었다.
특히 복권 구매로 사행활동을 시작한 이들 가운데 20.9%가 ‘오락형 온라인 게임’에, 6.0%는 경마에, 2.2%는 사설 경마를 비롯한 사설 사행활동에 빠져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복권을 샀다가 다른 사행산업에 빠져드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복권 구매자의 일확천금 기대 심리는 다른 사행산업보다 높다.
경마에 빠져든 이들 가운데 지난해 시간과 비용을 가장 많이 투자한 사행활동이 경마 마권 구매(34.7%)가 아니라 복권 구매(55.5%)인 점도 복권의 사행성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방증한다.
사감위 설문조사에서 복권의 사행성이 두드러졌지만 복권위와 나눔로또가 2010년 로또 복권 1등 당첨자 291명 중 14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이와 달랐다.
1등 당첨자의 43%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재미 삼아’ 로또 복권을 구입했다고 답했다. ‘거액의 당첨금을 기대하며’ 복권을 샀다는 사람은 21%, ‘좋은 꿈을 꿔서’ 구입했다는 사람은 17%였다.
1등 당첨자의 꿈에는 조상 꿈(39%)이 가장 많았다. 재물 관련 꿈 12%, 돼지 등 행운의 동물이 등장하는 꿈 10%, 물ㆍ불이 나오는 꿈 8%, 숫자 꿈 8% 등의 순이었다.
로또 복권을 1주일에 한 번 이상 산다는 1등 당첨자는 77%였으며, 1회 구매 시 평균 구입비용은 1만원 이하가 46%로 가장 많았다.
2011년 당첨자 342명 중 110명을 대상으로 ‘당첨 사실을 누구에게 알릴 예정인가’란 물음에는 41%가 ‘배우자에게 알린다’고 답했다.
’아무에게도 안 알린다’는 이들도 27%에 달했고 ‘친척에게 알린다’는 15%, ‘자녀에게 알린다’는 10%였다.
◇복권은 고통 없는 세금
복권은 ‘고통 없는 세금’으로 불린다. 정부가 소득세, 법인세 등을 거두려면 조세저항이 격렬하지만, 복권 구매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복권사업은 발행비와 판매비용을 제외한 순수익금이 자그마치 1조2천286억8천만원으로 순수익률은 40.0%에 달했다. 민간기업의 영업이익률과 비교해도 무척 많이 남는 장사다.
이러한 수익금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관리하는 복권기금으로 귀속돼 다양한 공익활동에 쓰인다.
2002년 말부터 올해 9월까지 조성된 복권기금은 11조5천억원이며 이 중 로또복권으로 조성된 금액은 전체의 95%(10조9천억원)을 차지한다.
현재 기금액은 로또 도입 이전인 1969년부터 2002년까지 조성된 기금액(1조7천507억 원)의 7배에 육박한다.
올해는 쪽방 주거지원 등 서민주거안정 사업(4천880억5천만원), 다문화가족과 한부모가족 지원 등 소외계층 지원사업(2천804억2천만원) 등 33개 공익지원사업에 모두 8천433억7천500만원이 배정됐다.
복권기금의 법정배분제는 재원 배분의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복권기금의 35%는 법에서 정한 비율에 맞춰 배분되고, 나머지 65%는 공익사업에 쓰인다. 이 법정배분 대상과 비율은 재정운용의 우선순위나 타당성을 따져 정한 것이 아니라 기존 복권발행기관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당시 여러 개의 복권이 로또 복권으로 통합 발행됨으로써 기존 복권발행기관의 시장점유율에 따라 복권기금 일부를 나눠준 것이다.
복권기금에서 배분되는 저소득층, 장애인, 불우청소년 등 소외계층에 대한 공익사업이 일반 회계 복지예산 사업과 중복되는 문제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복권기금 운용이 일반회계 재원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상황이 지속한다면 복권사업의 수익금으로 지원되는 각 부처 사업은 점차 일반회계사업으로 바꾸고 복권수익금은 지방교부세처럼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재원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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