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발권력 동원 대출 15조원대…21년 만의 최대

한은 발권력 동원 대출 15조원대…21년 만의 최대

입력 2015-04-01 07:41
업데이트 2015-04-0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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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한 자금지원 필요” vs “국회 통제 받게 해야”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 등에 빌려준 대출액이 15조원대에 달했다.

약 21년 만의 최대치다. 15조원대에 이른 것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가 1일부터 5조원 증액된 것을 비롯해 세수 부족으로 재정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자금 지원에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발권력이 자주 동원된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발권력을 동원한 한국은행의 대출금은 15조3천671억원으로, 1년 전(9조2천289억원)보다 66.5%나 증가했다.

정부의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 조달용으로 한은이 작년 3월 3조4천590억원을 정책금융공사에 저리 대출해준 데다가 기술형 창업지원 등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대거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그동안 중소기업에 한해 지원해온 여수신 제도인 금융중개지원대출은 2월 말 현재 11조9천8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3%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말 한은의 대출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최고치인 2009년 11월의 13조1천361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15조884억원) 이후 처음으로 15조원대를 기록한 것이다.

통화 가치의 변화를 따지지 않고 비교하면 1994년 7월(15조6천300억원) 이후 20년 7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과거 한은이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던 시절에는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이 훨씬 잦았지만 그래도 1992년 9월의 17조6천365억원이 역대 최대였다.

발권력 동원은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져 전 국민의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금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한은의 발권력은 최대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게 일반론이다.

그러나 재정 자금을 투입해도 되는 사안에 한은의 자금이 동원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이달 1일부터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가 종전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증액됐다.

설비투자 지원 프로그램에 한정하기는 했지만 이 대출제도의 지원대상에 처음으로 중견기업이 포함됐다.

또 안심전환대출을 통한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한은의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출자도 2천억원 규모로 검토되고 있다.

한은은 2004년 주택금융공사 출범 때 3천100억원을 출자했고 2012년에 1천350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전체 지분의 31%가량을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자금을 풀면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을 통해 통화를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 등으로 발생한 비용은 국가 경제의 부담이 된다.

지난 1월 말 현재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은 184조6천3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조9천856억원(10.1%) 늘었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할 때마다 크고 작은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장세 확충이나 금융안정을 도모하는 “중앙은행 본래의 맨데이트(권한)에 부합하는 합당한 경우의 자금지원은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사안에 따라 충분히 고려하면서 운용할 것”이라며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발권력을 활용한 대출 등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세금처럼 입법부의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근 발권력을 통한 대출 증가 속도가 빠른 점이 눈에 띈다”면서 “국회에서 상한을 정해두는 방식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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