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중국자본 대형병원 설까’영리병원’ 논란 재점화

제주에 중국자본 대형병원 설까’영리병원’ 논란 재점화

입력 2015-04-05 10:15
업데이트 2015-04-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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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가 수익금 회수하는 형태…내국인도 진료 가능시민단체 “국내 의료체계 흔들릴 것”…복지부 “승인절차 따라 신중히 결정”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녹지(綠地)그룹이 지난 2일 제주도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의 설립은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 활성화 대책 중 하나지만 그동안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줄기차게 영리병원 설립이 “의료를 돈벌이 상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설립 허가 여부를 결정할 보건복지부는 이미 작년 9월 다른 중국계 외국의료기관인 산얼병원의 설립 신청에 대해 불승인을 결정한 바 있어 이번 녹지국제병원 설립 신청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복지부는 작년 산얼병원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릴 당시 “법령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불승인 결정을 한 것”이라며 “후보 병원이 의사와 능력을 갖추고 국내법을 준수할 경우 유치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수익금 회수 가능한 ‘영리병원’…내국인도 진료 가능

병원 설립을 신청한 녹지그룹은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사로 제주헬스케어타운과 제주드림타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지그룹은 전액 투자로 설립한 그린랜드헬스케어를 사업자로 내세워 병원 설립을 신청했다.

녹지그룹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1조원 규모의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협약을 체결해 77만8천㎡에 대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400실 규모의 휴양 콘도미니엄을 짓고 있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778억원(토지매입 및 건설비 668억원·운영비 110억원)을 들여 건립된다.

2만8천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중국인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을 갖출 계획이다.

근무인력은 의사(9명)·간호사(28명)·약사(1명), 의료기사(4명), 사무직원(92명) 등 134명이며 오는 2017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도 내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 기준을 외국 자본 비율 50%, 투자금 500만 달러 이상, 외국인 의사비율 10% 이상으로 두고 있다. 영리병원에서 내국인 환자의 진료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는 만큼 의료보험 적용을 포기한다면 내국인 환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은 병원 운영으로 생긴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는 영리병원이다. 주주를 모아 대규모 자본을 끌어모을 수도 있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시민단체 “영리병원 설립되면 의료체계 근간 흔들릴 것”

보건의료단체들은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허용될 경우 병원비가 폭등하고 건강보험이 무력화되는 등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병원 이용에서 내국인 제한이 따로 없는데다 국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만큼 녹지국제병원이 한국인들을 대상으로도 값비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지국제병원이 설립되면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설립 신청이 잇따를 것이라는 점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녹지국제병원 설립은 전국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설립에 도화선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울러 한국 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도는 영리병원 설립에 대해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의료관광 활성화, 지역의료 발전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돈벌이 의료의 활성화와 의료 양극화 등으로 국가 의료체계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투자 적격·응급의료체계 구축’이 관건

설립신청을 받은 보건복지부는 현행 의료법상 허용되는 의료 행위, 사업자의 범법 행위, 응급의료체계 구축 등을 검토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검토·승인 과정은 작년 ‘외국계 영리병원 1호’ 후보로 거론됐던 산얼병원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산얼병원 설립 신청은 2013년 2월 제출됐지만 1년 반이나 지난 뒤인 작년 9월 최종적으로 불승인 결정이 나왔다.

불승인 이유로는 투자 실행 가능성과 대주주의 자격 문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산얼병원의 중국 모기업 대표가 구속 상태에 있고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다는 사실도 뒤늦게 파악됐다. 또 투자 실행 가능성에 대한 근거자료가 미비한 점도 문제가 됐다.

이와 함께 불법 줄기세포 시술 우려와 응급의료체계 구축 미비도 걸림돌이 됐다.

산얼병원측이 줄기세포 시술 관련 내용을 사업계획서에 넣었다가 뒤늦게 삭제했지만, 복지부는 제주시가 불법 시술을 감시할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또 응급의료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던 제주도 내 병원이 산얼병원이 들어설 곳과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데다가 응급의료체계 공조 관련 양해각서(MOU)도 결국 해지돼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산얼병원 논란도 있었던 만큼 이번 승인은 절차에 맞춰서 검토하고, 신중하게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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