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시간달라고 했다”vs 최 “내 제안에 답변 달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비연임’ 결정을 둘러싼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보건복지부 사이의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2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최 이사장과 정진엽 복지부 장관이 만남을 가진 뒤 양 측은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선 20일 저녁 자리에서 오간 대화의 내용에 대해 양측은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22일 “앞서 공문을 통해 알린 대로 최 이사장에게 절차상 문제가 있는 비연임 결정을 재검토하고 국민에게 우려를 불러일으킨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며 “이에 대해 최 이사장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으니 시간을 달라’고 해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만남 직후 복지부의 다른 관계자는 이날 만남에서 최 이사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하며 오히려 자신이 다른 제안을 복지부에 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복지부에 (내용을 공개할 수 없는) 모종의 제안을 했고, 이에 대한 복지부의 수용 여부를 보고 (사퇴여부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당장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답변을 해야 할 다음 차례가 자신이 아니라 복지부라고 강조한 것이다.
최 이사장은 특히 “사퇴는 내가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사퇴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임기 내 자진사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서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만큼 갈등은 쉽게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최 이사장이 계속 뜻을 굽히지 않으면 국민연금공단과 최 이사장에 대해 기관 경고나 기관장 경고 등의 징계를 할 수 있고, 이보다 강도 높게 대통령에게 최 이사장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하지만 기관·기관장 경고의 경우 뜻을 굽히게 할 만큼 강도가 쎄지 않고, 해임 건의는 대통령이 직접 판단을 해야 하는 부담이 큰 만큼 섣불리 다음 단계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한 면직은 임명 절차와 마찬가지로 복지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한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다.
최 이사장은 이에 앞서 지난 12일 복지부의 반대에도 임기가 다음달 3일까지인 홍 본부장에게 ‘연임 불가’ 방침을 통보했고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협의’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최 이사장에게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은 정부의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여왔으며 중요 사안의 보고 체계와 관련해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