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서 사망까지 국가시행 건강검진만 30회 이상

출생서 사망까지 국가시행 건강검진만 30회 이상

입력 2015-11-15 11:12
수정 2015-11-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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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건강검진기관 해마다 늘어 2만곳 육박

우리나라만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많이 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서 건강검진은 이미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병원에 가면 검사분야와 항목에 따라 수많은 건강검진 패키지가 준비돼 있다.

국가, 기업, 개인 등 각 경제주체는 저마다 필요에 따라 이런 건강검진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기관은 때만 되면 국가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알려준다. 심지어 검진을 받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15일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건강검진은 어떻게 ’산업‘이 되었나?’ 연구보고서를 보면,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등 정부기관은 부처별로 건강보험법, 영유아보육법, 학교보건법, 산업안전보건법, 암관리법 등 각기 다른 법률에 근거해 각종 국가건강검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신생아 건강검진, 영유아 건강검진, 학생건강검진, 비취학청소년 건강검진 및 건강진단, 일반 건강검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근로자 건강진단, 암검진, 노인건강진단, 치매조기검진, 군장병 건강검진 등의 다양한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촘촘하게 건강검진 망을 짜놓았다.

이렇게 많은 국가건강검진 사업을 하다 보니, 한국인 평균 수명을 80세라고 가정할 때 영유아검진 10회, 학생검진 8회, 군장병검진 1회, 근로자/일반검진 1~2년에 1회, 5대 암검진 등을 합쳐서 국가 시행 건강검진만 성실하게 받더라도 태어나서 기대여명까지 살다 죽을 때까지 총 30회가 넘는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간기업과 지자체, 공공기관 등은 특정 병원이나 검진센터와 협약을 맺고 직원과 조직원에 대한 후생복리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종합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은 국가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추가로 보험급여 이외 항목을 검사하거나 국가건강검진과 상관없이 개별적, 자발적으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살피고자 종합건강검진을 받는다. 또 효도관광이나 건강식품과 같은 효도 상품의 하나로 건강검진을 거래한다.

실제로 일부 경기도 지자체들은 해마다 2억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해 공무원들에게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까지 포함된 건강검진 비용을 대주고 있다.

이 때문에 별다른 특이 증상이 없는 20대의 건강한 젊은 공무원도 어쩔 수 없이 위험증상이 있는 환자만 받는 것으로 알려진 복잡한 MRI 검사를 받느라 진을 빼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보건소를 통해 현지확인한 최근 5년간 검진기관 점검자료를 보면, 전국의 검진기관은 2010년 1만5천346곳, 2011년 1만6천441곳, 2012년 1만7천302곳, 2013년 1만8천243곳, 2014년 1만9천151곳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건강검진이 적지 않은 수입원으로 커지면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거의 2만곳에 육박하는 건강검진기관이 전국에 우후죽순 들어선 것이다.

그렇다 보니, 건강검진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병원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기업의 검진기관으로 선정되려고 CT를 찍으면 대장내시경 검사는 덤으로 해준다느니 하며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환자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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