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에 선 기촉법…기업구조조정 혼란 재연되나

존폐 기로에 선 기촉법…기업구조조정 혼란 재연되나

입력 2015-11-25 10:04
업데이트 2015-11-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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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존치 논의가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인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시법인 기촉법을 영구법으로 전환하거나 올해 말인 일몰 시한을 연장하지 않는 이상 워크아웃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크아웃의 위헌성과 부작용을 근거로 제도 존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 1998년 부실기업 정리수단으로 등장…한시법 숙명 되풀이

기촉법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워크아웃 제도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대거 발생한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외국 사례는 없지만 한국 기업 여신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내 현실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외환위기 대응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탄생한 워크아웃 제도는 2001년에야 기촉법 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한시법이란 태생적 한계를 지닌 기촉법은 두 차례의 실효와 재입법을 반복하고서 올해 말 세 번째 일몰을 맞게 됐다.

연말까지 기촉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거나 일몰을 연장하지 않으면 기촉법은 폐지된다.

◇ “효율적 구조조정” VS “위헌소지·관치유발”

기촉법은 제정된 이후 은행 등 금융사 채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조기에 부실기업을 정상화하고 협력업체 등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줄여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등 의원 23명이 지난 5월 발의한 기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이를 영구법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우리 경제가 ‘위기의 상시화’에 놓인 만큼 안정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법조계를 중심으로 기촉법의 상시화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법원은 정 의원 발의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헌법상 사적자치의 침해, 재산권의 침해 등 위헌성 소지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촉법 상시화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상시화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했다.

다만 워크아웃에 따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진입 지연 방지, 주채권은행의 책임성 강화 등 보완책이 마련된다면 기촉법을 한시법으로 재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법조계 등 일각에서는 팬오션(옛 STX팬오션)의 구조조정 성공사례를 근거로 워크아웃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던 신규자금 지원이 법정관리에서도 이뤄짐에 따라 기촉법을 존치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기촉법이 없더라도 워크아웃과 절차가 유사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남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법정관리로 직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기촉법과 유사한 사례가 외국에 없는 데다 관치금융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기촉법 상시화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는 대안으로 법정관리 제도를 보완한 채무자 및 파산에 관한 법률(도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놓은 상태다.

◇ 기촉법 두 차례 실효 경험…구조조정 시장 혼란 되풀이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본격화를 앞둔 시점에서 기촉법 공백에 따른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적인 구조조정 관행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촉법이 실효돼 워크아웃 참여에 대한 법적 강제성이 없어진다면 구조조정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기촉법 공백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차질은 과거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기촉법이 처음 실효(失效)됐던 2006년 1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현대LCD, VK, BOE하이디스, 현대아이티, 팬택, 팬택앤큐리텔 등 총 6개 기업이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중 팬택 및 팬택앤큐리텔만 2009년 양사 합병으로까지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됐을 뿐, 나머지 4개사는 채권단 간 합의도출 실패로 시장 자율의 구조조정이 실패하고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기초법은 이후 재입법 됐으나 또다시 일몰로 2011년 1월부터 5월까지 2차 실효기간을 맞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시기여서 삼부토건, 동양건설 등 다수의 건설업체들이 자율협약에 들어갔으나 채권단 간의 비협조로 시장 자율의 구조조정이 무산됐다.

세광중공업, 월드건설 등 정상적으로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던 기업도 기촉법 실효 이후 워크아웃이 중단되면서 구조조정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시장의 요청으로 3차 기촉법이 2011년 5월 재입법됐으나 국회 논의 지연으로 세 번째 실효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2001년 1차 기촉법 시행 이후 총 183개 기업이 기촉법 적용을 받았다.

이 가운데 50개 기업이 현재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신규지원 사례를 들어 워크아웃 무용론을 주장하지만 이는 산업은행의 자체실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며 “기촉법 폐지 시 각종 특례 근거가 사라져 효과적인 기업 구조조정 추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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