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의 삶’ 첫 실태조사
서울시에 사는 10가구 중 1가구는 돈이 없어서 난방을 중단했다. 현금이 없어 공과금을 연체한 경우도 10가구 중 1가구꼴이었다. 한 달 적정 생활비로 월 200만원도 지출하지 못했다. 서울시민들은 특별시에 살지만 기초적인 생활보장도 어려울 만큼 팍팍했다. 도시 빈곤과 ‘결핍’을 실감할 수 있다.13일 서울연구원의 보고서 ‘서울시민의 삶과 복지실태’에 따르면 경제적인 이유로 공과금을 연체한 경우는 총 3019가구 중 9.7%였다. 난방을 중단한 경우도 9.2%였다. 의료비 미납(4.1%), 집세 연체(3.9%), 결식·감식(2.3%)도 있었다. 적기는 하지만 건강보험료 미납(1.7%), 공교육비 미납(0.6%)도 있었다.
서울시에서 살려면 생활비를 월 310만원은 써야 적정하다고 응답했고, 적어도 230만원은 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평균 지출액은 월 227만원이었고, 월 생활비가 200만원 미만인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44.4%였다. 예상과 달리 300만원 이상을 쓰는 가구는 29.4%에 불과했다. 소득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7배나 수입이 많았다.
수입이 부족하고 집값, 교육비 등으로 지출도 팍팍하니 자신을 중상층 및 상류층이라고 여기는 비율(17%)은 10명 중 2명도 안 됐다. 중산층 기준은 월수입 555만원이라고 응답했지만, 가구 총수입은 지난해 평균 4538만원이었다. 2년 전(4485만원)보다 1.2% 증가해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중산층’이라면 1인 가구 477만원, 2인 가구 517만원, 3인 가구 764만원, 4인 이상 가구 784만원 등을 벌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나는 중·상류층” 17% 그쳐
힘든 삶에 대한 지원, 즉 복지는 국가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가구(35.5%)가 자기 자신(29.8%)보다 더 많았다. 복지 재원 마련은 부자 증세(38.6%)나 기업의 세금·기부금(35.3%)으로 하자고 했다. 보편적 세금은 16%에 불과했다. 건강도 적신호였다. 만성질환(3개월 이상)을 앓는 가구주(11.1%)는 10명에 1명꼴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10명 중 4명이 만성질환 상태였다. 우울 경험을 한 가족이 있는 가구도 10.3%였다. 자살 시도를 한 가족이 있는 가구는 2.7%였다. 구별로 보면 동작·관악 권역은 2가지 이상의 ‘결핍’을 경험한 가구가 12.5%로 가장 많았다. 서초·강남·송파·강동 권역은 빈부 격차가 극심했다.
김경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처음 복지조사를 해 보니 시민들의 삶이 예상보다 더 팍팍했다”면서 “‘맞춤 복지’를 위한 꾸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5-12-14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