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보 “금융위기 상황 때 한은서 융자 받을 수 있게 해 달라”

[단독] 예보 “금융위기 상황 때 한은서 융자 받을 수 있게 해 달라”

입력 2016-05-09 22:32
업데이트 2016-05-1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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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법상 한은 차입 가능하지만 한은법에는 예보 대출 규정 없어

금융위기 대비 관련법 정비 건의

예금보험공사가 한국은행에 “금융위기 상황 시 실탄을 빌려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와 여당 역시 한은에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최근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는 터라 한은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9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 3월 “한은의 예보 대출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한은법에 명문화가 안 돼 있어 위기 대응이 어렵다”고 해석을 요청했다. 즉 예보 기금이 부족하면 돈을 빌려 와야 하는데 예보법에는 ‘한은 차입이 가능하다’고 규정된 반면, 한은법에는 ‘한은은 은행 등 금융기관 외에 법인·개인과는 예금 또는 대출 거래를 할 수 없다’고 기재돼 있어 혼선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급작스러운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허둥대지 않고 신속한 한은 차입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자는 게 예보의 주장이다.

예보는 금융사에서 보험료를 받는 대신 금융기관이 파산해 고객들의 예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면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소방수’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사고가 나기 전 ‘방화수’(자금)가 넉넉한지, 부족할 땐 어디서 빌려와야 하는지 확실히 해두자는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등 금융권 부담이 가중된 상황인 만큼 예보가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부실 금융회사가 터져나오는 만일의 위기 상황에 대비해 비상자금조달 체계를 사전에 준비해 놓는 차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통상 예보 기금이 부족하면 예보는 ▲채권을 발행하거나 ▲정부, 한은, 금융회사 등에서 차입하거나 ▲정부 출연의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시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데다 국회 동의 등 채권 발행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금융회사 차입의 경우 가뜩이나 돈이 말라 있는데 예보까지 돈을 빼가면 기업 신용경색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예보는 한은 차입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예보 측은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월 ‘예보가 위기 시 금융기관에 신속히 예금을 지급하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과의 재원 조달 약정을 포함해 보완적 수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면서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 혈세 투입 없이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6-05-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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