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의 등 승인 거쳐 4월 집행 가능, 대선 정국 겹치면 국회휴업 우려
한 해 동안 정부가 쓰고 남은 돈을 뜻하는 ‘세계(歲計)잉여금’이 지난해 8조원을 찍었습니다. 세금이 정부 예상보다 9조 8000억원이나 더 걷힌 게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9년 만의 최대치입니다.세계잉여금은 쌈짓돈처럼 막 쓸 수 없습니다. 법으로 사용 용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서입니다. 국가재정법 90조를 보면 세계잉여금 활용 1순위는 지방교부세입니다. 그래서 세계잉여금 8조원 가운데 곧바로 올해 세입에 포함되는 1조 9000억원의 특별회계를 뺀 6조 1000억원의 39.51%인 약 2조 4000억원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운영 재원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남은 금액인 3조 7000억원의 30%인 약 1조 1000억원 이상을 공적자금 상환에 써야 합니다. 또 그 나머지의 30%인 약 8000억원 이상을 정부가 발행한 국고채 원금을 갚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법이 정한 대로 나눠 주고 빚을 갚으면 최대 1조 8000억원이 남습니다. 이 돈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적자금과 국가부채 상환 등 관계 규정을 다 감안하더라도 최소 1조원 정도는 추경 자금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국무회의 및 대통령 승인을 거쳐 오는 4월 초부터 이 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당장 추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1분기 상황을 지켜보고 하겠다”고 답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 추경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2분기에는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추경의 마지막 관문인 국회가 개점 휴업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올 초부터 여야 가릴 것 없이 ‘1분기 추경’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만큼 각 당이 대선 레이스와 함께 민생 안정을 위한 노력에도 소홀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7-02-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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