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질병 공제제도 시범사업 내년부터 실시 예정
연례행사처럼 매년 반복되는 구제역 등 가축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가축 주치의 제도’가 생길 전망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강원대와 보험개발원을 통해 두 차례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가축질병 공제제도’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가축질병 공제제도는 사람으로 치면 의료보험과 비슷하다.
공제료를 국가와 농가가 반반씩 부담하고, 농가에 수의사가 월 1~2회씩 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해진 한도 내에서 치료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사후 치료가 아니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사전에 가축 질병을 예방한다는 데 있다.
농가가 직접 공제료를 부담하게 되면 농장주들의 자발적인 방역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가 가입률이 높아질수록 국가 중심의 방역 체계와 별개로 민간 가축 방역시스템도 촘촘하게 갖춰질 수 있다.
지금은 농장주가 자가 진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고령의 농장주들이 백신접종을 하느라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백신접종을 소홀히 하는 농가도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제도 도입으로 수의사들이 농가를 정기적으로 관리하게 되면 질병 증상을 빨리 발견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47년부터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나라 소 농가 90% 이상이 공제조합에 가입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2010년 이후 구제역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은 2010~2011년에 전국적 구제역 발생으로 348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다. 살처분 보상금만 3조 원에 달한다.
이후 구제역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 정책을 하고 있는데도 거의 매년 구제역이 밝생한다.
연구용역을 맡은 강원대는 보고서에서 “가축전염병이 항상 존재하는 중국 및 아시아 국가와 교역이 확대된 우리나라의 경우 외래성 전염병의 유입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며 “전파력이 강한 급성 전염병의 방역을 위해서는 상시 예찰과 질병 발생 초기에수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올겨울의 경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사상 최악의 피해가 난 데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하면서 사전 예찰 및 민간 방역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우선 전국적으로 희망하는 시·군 2곳 정도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한우, 젖소 등 소 농장에 한해 공제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일본에서는 수의사들이 제도 운영을 위해 별도의 공제조합을 만들었지만, 국내 실정에 맞게 각 지역 농축협과 수의사회를 통해 농가와 수의사를 연결해 줄 계획이다.
향후에는 기존에 있는 가축재해보험과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축재해보험은 자연재해, 화재, 각종 사고 및 질병 등으로 가축피해가 발생할 경우에 소득 및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보험이다.
하지만 가축질병 공제 제도를 이용하려면 결국 농장주가 공제료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정작 서비스를 제공받을 농가들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예산확보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과거 2015~2016년에도 시범사업이 추진됐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무산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방역 담당 공무원이 일일이 모든 농가를 상시 점검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시범 사업 성과가 좋아 본사업이 추진되면 민간 방역 체계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농가 입장에서는 가축 질병 리스크가 줄어 가축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국가는 구제역 등 가축 질병 피해로 인한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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