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규제 틀 일률적이어서 비효율적”…규제기준 개선 시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18일 “재벌개혁이 재벌을 망가뜨리거나 해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재확립함으로써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재벌개혁은 그 궁극적 목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며 이같이 밝혔다.
재벌개혁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혁에 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라며 “환경에 맞게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개혁의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게 지금의 마음자세”라고 강조했다.
상호출자제한 등 규제기준 관련해서 “지금까지 5조원 이상 등 일률적으로 규제 대상을 정해놓고 적용하는 방식으로 해오다 보니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곳은 실효성이 별로 없고 하위그룹에는 과잉 규제되는 문제가 반복됐다”라며 자산규모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김 후보자와의 일문일답
-- 공정위 간부들과 상견례 했나
▲ 오늘 아침에 와서 부위원장, 사무처장 등 주요 간부와 인사하고 대통령 공약과 관련해서 공정위 추진과제 대책 등에 대해 간단히 검토했다. 재벌개혁 포함 과제들이 많다. 20년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생각한 게 많지만 전부 다 그대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위의 존재 목적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이 공정위의 과제다.
-- 기존 순환출자 해소 정책은 완화되는 것인지
▲ 기존 순환출자가 가공자본을 창출한다는 문제의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5년 전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5년 전 선거 치를 당시에는 14개 그룹의 9만8천개 순환출자 고리가 있었지만 지금 7개 그룹 90개 고리가 남아있다. 순환출자가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승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가 가지는 가공자본 창출력 등은 문제가 있으니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의미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그것부터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가 아니라는 차원이다.
-- 금산분리 추진하나
▲ 금산분리는 공정위 소관업무지만 기본적으로 금융위 업무라서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관련 정부부처와 잘 협의해서 금산분리 취지가 잘 달성되도록, 경제의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서 추진하겠다.
-- 재벌개혁 추진 방향은
▲ 경제력 집중억제와 지배구조개선 둘 다 필요하지만 적용되는 그룹의 범위나 수단이 다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책 시행 틀은 5조원 이상 등 일률적으로 규제 대상을 정해놓고 적용하는 방식으로 해오다 보니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곳은 실효성이 별로 없고 하위그룹에는 과잉 규제되는 문제가 반복됐다. 재벌개혁도 대상도 다양하고 수단도 많기 때문에 이걸 잘 조합해서 정책효과 높이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4대 그룹만 규제하는 법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공정위가 현행법 집행할 때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다. 공정위가 4대 그룹을 조사할 때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해보겠다는 취지다. 부실 징후를 가지고 있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중하위 그룹은 경제력 집중억제를 위한 규제보다는 구조조정 통해서 경쟁력 높이는 것이 우선순위일 수 있다.
-- 조사국 부활은 어떻게 추진하나
▲ 입법 관련 사안을 지금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앞으로 조사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 기업집단국으로 부른다. 지금의 기업집단과를 국으로 확대해서 경제분석 능력과 조사능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다. 관련 부처와 협의를 해야 한다. 여러 많은 분과 신중하게 논의해서 결론을 끌어내겠다.
-- 전속고발권 폐지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 경쟁법 집행 주체나 수단은 하나가 아니다. 공정위가 하는 행정규율이 있고 당사자들이나 피해자들이 하는 민사소송이 있고, 마지막이으로 검찰이 하는 형사적인 것이 있다. 이들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전속고발권 폐지 역시 마찬가지다. 행정규율의 효율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통해 같이 논의할 것은 하겠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직접 소송을 어디까지 허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런 전체적 그림에서 고발권을 푼다면 어디까지 푸는 게 좋을지 전체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이 사안을 전속고발권 문제로만 보지 말아달라. 분명한 것은 전속고발권이 현행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 대기업들과 재벌개혁 합의점이나 양보 이끌 수 있을까.
▲ 과장일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재벌개혁 목표와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재벌개혁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재벌개혁 해야 하는 이유는 경제력 집중억제와 지배구조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 깨졌고 경제생태계가 왜곡됐기 때문이다.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재확립함으로써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재벌개혁은 그 궁극적 목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다. 재벌개혁이 재벌을 망가뜨리거나 해체하는 것은 아니다. 재벌해체란 말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 재벌을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유도하는 것이 재벌개혁이다. 중견·중소기업, 서비스업 분야에서 지금보다 좋은 일자리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 소비자정책, 가맹사업 등에서 전문성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 공식 취임하면 초반에 집중할 것이 가맹·대리점 거래다. 민생에 중요한, 실질적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정위가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집중해야 할 것이 가맹점 등 자영업자 삶의 문제가 되는 요소들이다. 가맹점 등 골목상권 문제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걸려있고 정확한 팩트파인딩이 안 되면 의욕만 앞선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제대로 하려면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통해서 접근하려고 한다.
-- 후보자의 재벌개혁 의지가 후퇴했다는 평가도 있다.
▲ 오늘 신문을 봤는데 우려와 기대가 섞여 있더라. 개혁에 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 환경에 맞게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개혁의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게 지금의 마음자세다. 10년 전부터 얘기한 기업집단법 제정은 이제 첫발 단계일 뿐이다. 학계에서 논의가 필요하고 이 분야의 충실한 연구가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쪽으로 가겠다.
-- 기업집단과를 국으로 격상한다고 했는데. 기존 조직과 차별점은
▲ 답변하기 어렵다. 조직체계, 다시 한번 잘 들여다봐야겠다. 자체적으로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행정자치부에 요청해서 늘려야 할 부분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를 하고 부탁 말씀도 하겠다. 지금 공정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정위에 계신 분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보수정부 동안 공정위에 계신 분들이 많이 침체한 것 같다.
-- LG와 롯데 자산규모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4대 재벌’이라 하면 둘 중 어느 기업이 포함되는 것인가
▲ 4대 재벌은 상징적인 것이다. 대통령이 6대 그룹으로 말하기도 했고 그 안에는 롯데가 포함됐다. 대기업을 특정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에 맞게 접근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해달라.
-- 교수직은 언제까지 유지하나
▲ 어제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강의했다. 청문회 통과할 때까지는 대학교수다. 일정을 보니 이번 학기는 무난히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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