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저성장 고착화 속 문 대통령 공약 ‘소득주도성장’ 시동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 사령탑으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21일 지명됐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 지명 이유에 대해 “경제에 대한 거시적 통찰력과 조정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경제관료란 점에서 위기의 한국경제를 도약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김 후보자는 살아나고 있는 수출과 투자 불씨를 내수 전반으로 확대하고,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구조조정과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중장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김 후보자에게 맡겨진 역할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게 “새 정부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과 양극화, 민생경제 위기 속에 출범했다”며 “이른 시일 내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만들어내는 게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주문했다.
◇ 수출·투자 나쁘지 않지만 내수는 아직 냉기
문재인 정부 첫 경제 사령탑으로 지명된 김 후보자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 살리기다.
한국 경제는 최근 2014년(3.3%)을 제외하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대 저성장에 그쳤다.
올해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주요 연구기관들은 우리 경제가 2%대 성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러한 저성장 고착화의 늪에서 한국 경제를 빼내 다시 예전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다만 김 후보자 입장에서 최근 한국 경제가 긴 겨울잠을 깨고 경기 회복기에 진입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늘어난 데 이어 이달 1∼20일에도 전년 동기간 대비 3.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수출은 201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7개월 연속 증가하게 된다.
정부가 지난해 말 전망한 취업자 증가폭 26만명도 이미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상태다.
올해 1∼4월 평균 취업자 수는 올해 정부 전망치보다 10만명 이상 더 많은 37만6천명 늘었다.
3월 설비투자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12.9% 올라 큰 폭의 반등에 성공했고, 건설투자도 민간주택 건설 호조, 사회간접자본(SOC) 집행 확대 등으로 전월보다 3.7% 올라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이러한 수출과 투자, 고용의 양적 개선에도 우리 경제는 내수, 그중에서도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2월 3.2%로 큰폭 상승했지만 3월에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4월 국내 승용차 내수판매량이 1년 전보다 6.3% 감소하고 휘발유·경유 판매량이 2.7% 주는 등 4월 소비 속보지표도 불안한 흐름을 나타냈다.
양적 측면과 달리 고용의 질적 개선 또한 아직 요원하다.
구조조정 때문에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반면,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상당수 개업을 하며 자영업자는 9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 때문에 실제 취업자 수 증가폭에 비해 체감 고용지표 개선은 더디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로 국민 소득 증대, 소비 활성화, 기업 투자 확대, 다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 구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에서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공약이 공공일자리에 치중된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김 후보자는 이러한 대통령의 공약을 발전시켜 공공부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민간, 특히 기업이 활력을 찾아 일자리를 늘리도록 하는 방향의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찰, 소방 이런 분야의 공공 일자리만 늘려야지 그 이상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려고 하면 민간 부문을 구축할 수 있다”면서 “정부 역할만으로는 경제를 살리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 구조, 환경을 개선하는데 민간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출산 고령화·양극화 해결 통해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 필요
당장의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 외에도 한국 경제의 컨트롤타워이자 선장으로 구조개혁과 4차 산업혁명을 진두지휘하고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김 후보자에게 떨어진 과제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교육·금융·공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개혁까지 ‘4+1’개혁을 추진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으로 여전히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문제도 한국경제가 예전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는 이미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자체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0만6천3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지난해 3천76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20년대부터 매년 30만명 이상씩 급감, 2065년에는 2천만명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LG경제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노동투입이 줄면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초반 3.6%에서 2020∼2024년 1.9%로 빠르게 추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양극화 문제도 다시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소득 하위 20%와 비교한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48배로 전년(4.22배)보다 악화됐다.
2008년 4.98배를 기록한 이후 매년 줄어들던 소득 5분위 배율이 8년 만에 다시 증가한 것은 고용 한파가 주로 소득 기반이 취약한 저소득층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큰 그림도 그려야 한다.
기재부는 이미 내년 예산안 편성 4대 핵심분야로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대응, 저출산 극복, 양극화 완화 등을 명시했다.
예산실장과 기재부 2차관을 지내 누구보다도 예산업무에 밝은 김 후보자는 한정된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 최대의 효과를 거둬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예산실 업무에 정통해 미래 정책과제에 대해 누구보다도 기획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중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새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적임자”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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