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자 빚 1인당 1억5천만원…일반 채무자는 4천만원
정세균 국회의장실은 9일 신용정보회사 나이스(NICE) 평가정보의 자료를 토대로 가계부채를 정밀 분석했다.분석 대상이 된 가계부채 총액은 1천439조 원(올해 6월 기준)이다. 같은 시점에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신용 잔액이 1천388조 원이다. 사실상 사채(私債)만 제외하고 빚이란 빚은 모조리 조사된 셈이다.
1천439조 원의 부채는 1천857만 명이 나눠서 지고 있다. 통계청이 추계한 우리나라 인구는 5천125만 명이다. 국민의 약 36%는 빚이 있다는 의미다. 1인당 7천747만 원이다.
1천857만 명 가운데 자신의 집을 담보로 잡힌 대출자는 622만 명으로, 전체 대출자의 3분의 1이다. 이들의 부채 총액은 938조 원이다. 대부분 집을 살 때 낸 빚이다. 1인당 1억5천73만 원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대출자 1천235만 명이다. 이들의 부채 총액은 501조 원, 1인당 4천57만 원이다. 주택담보대출자는 그렇지 않은 대출자의 절반이지만, 1인당 부채는 4배에 가깝다. 집 구입에 목돈이 필요한 탓이다.
부채만 있는 건 아니다. 소득도 있다. 전체 채무자 1천857만 명의 1인당 평균소득은 연 3천719만 원이다. 정 의장 측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을 바탕으로 대출 만기까지의 미래 소득을 추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강화된 대출심사 기준으로 도입하려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향후 몇 년간의 평균소득과 전체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비교하는 것이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많을수록 DSR가 높다. 그만큼 채무 불이행 확률이 높다.
각 대출의 금리와 만기를 추정하고, 모든 대출이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이라고 가정해 DSR를 산출했다. 그 결과 전체 대출자의 DSR는 35.7%다. 연간 소득 3천719만 원 가운데 1천330만 원이 빚 갚는 데 쓰인다.
주택담보대출자는 전체 대출자와 비교해 평균소득이 4천193만 원으로 많은 편이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천918만 원으로 더 많다. 그래서 DSR가 45.8%로 10%포인트 높아진다.
주택담보대출자는 크게 ‘1주택 대출자’와 2채 이상의 ‘다주택 대출자’로 분류될 수 있다. 다주택 대출자는 132만 명으로, 5명에 1명꼴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다주택자 188만 명 가운데 사업자 대출이 아닌 개인 대출을 받은 경우만 추렸다고 정 의장 측은 설명했다.
1주택 대출자 490만 명의 1인당 부채는 1억3천182만 원이다. 다주택 대출자 132만 명은 1인당 2억2천94만 원으로, 1주택자보다 빚이 8천912만 원 많다. 평균소득은 1주택자가 4천136만 원, 다주택자가 4천403만 원이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소득 격차는 300만 원도 안 된다. 그런데 원리금 상환액은 각각 1천693만 원과 2천755만 원이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결정적 차이는 결국 ‘빚의 규모’다. 1주택자의 DSR는 40.9%, 다주택자의 DSR는 62.6%다.
물론 다주택자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부동산 투기의 원흉’처럼 비치는 것에 억울해할 다주택자도 적지 않다. 지방 근무 같은 사연이나, 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다주택자가 된 경우도 있다. 2주택과 3주택 이상을 따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은 물론 추석 연휴 이후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에서 다주택자 문제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쨌든 매년 불어나 1천400조 원까지 커진 가계부채 문제와 집값 상승의 핵심에는 다주택자가 있다고 본 것이다.
정 의장 측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유동성 악화로 인해 연체에 빠지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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