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상환 어려운 고위험가구, 대출금리 1%P 오르면 2만5천가구 늘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9일 사실상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가계부채에 비상이 걸렸다.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가 시작되면 1천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부담이 한층 커지기 때문이다.
대출자들과 자산가들의 머릿속도 복잡해지고 있다. 당장 대출을 할 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고, 앞으로 재테크 트랜드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여서다.
◇ “기준금리 1%P 오르면 한계가구 이자부담 연 332만원 늘어”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6개월째 1.25%로 동결했지만, 이전과 달리 만장일치가 아닌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나왔다.
여기에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8%에서 3.0%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금통위 내에서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경기도 예상보다 좋아지고 있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진 것이다.
이처럼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1천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경고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많은데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이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지면서 이들의 대출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이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원리금의 상환부담이 커서 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는 31만5천가구였으며,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7%에 달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고위험가구는 2만5천가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 5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연간 평균 이자비용은 308만원에서 476만원으로 168만원 늘어나고, 특히 한계가구는 803만원에서 1천135만원으로 332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 10년 이상 대출 땐 고정금리…부동산은 신중해야
기준금리는 이제 오를 준비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금리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은행들이 각종 대출에서 기준금리처럼 쓰는 코픽스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1.52%를 기록, 1년 전(1.35%)과 비교해 0.17%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단의 경우 4.5%를 넘어 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런 시기에 대출을 받는다면 10년 이상의 장기대출은 반드시 고정금리를 선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그러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변동형보다 금리가 많게는 1%포인트까지 높아서 대출 기간을 짧게 가져간다면 변동금리도 고려해야 한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진입한다 해도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반대로 예금의 경우 만기를 짧게 하면서 금리 상승효과를 누려야 한다.
재테크 관점에서는 부동산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8·2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에서 이달 중 가계부채 대책 및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신 뱅크론 펀드나 하이일드 채권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뱅크론은 투자등급 미만(신용등급 BB 이하)에 속하는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하는 대출채권이다.
일반채권과 달리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유리하다.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박지혜 차장은 “경기가 좋아 기업들의 부도 위험도 낮아지면서 뱅크론이나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리스크는 줄어들고 수익률도 높아 금리 상승기에 두 상품에 나눠 가입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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