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개 주인 이름 알아내서 신고?…‘개파라치’ 실효성 논란

처음 본 개 주인 이름 알아내서 신고?…‘개파라치’ 실효성 논란

입력 2017-10-25 11:19
수정 2017-10-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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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가 이름 얘기 안하면 인적사항 알기 어려워

정부가 반려견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내년 3월부터 이른바 ‘개파라치’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벌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내년 3월 22일부터 반려견 목줄(맹견의 경우 입마개 포함)을 하지 않은 소유자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구체적 시행 방안이 마련되기까지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신고를 하려면 현장적발 사진 등과 함께 개 주인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파악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개파라치’ 제도가 유명무실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주부 안 모(42·경기 고양시) 씨는 “신고 대상자가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일 텐데, 자기를 신고하려는 사람에게 이름이나 주소를 알려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본인이 알려주지 않으면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고에 필요한 사진 촬영 등의 과정에서 당사자 간 분쟁이나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신고포상금제 시행에 앞서 반려견 인식표 부착제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장에 반려견을 등록한 뒤 소유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의 사항을 표시한 인식표나 내·외장 마이크로 칩을 등록대상 동물에게 부착하도록 돼 있지만 이런 법 규정을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반려견을 기르는 회사원 심 모(35·여·서울 강남구) 씨는 “그런 법이나 규정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그동안 외출 때 인식표를 부착하지 않아도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었고, 주변 애견인들도 다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이형석 우송정보대 애완동물학부 교수는 “인식표가 없으면 주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지금도 인식표를 부착하지 않으면 주인에게 5만∼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이 역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고를 할 경우에는 당연히 소유주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신고포상금제가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신고포상금제 도입 외에도 소유주가 반려견의 목줄을 매지 않을 경우 부과하는 과태료를 현행 10만원에서 최대 50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고 맹견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관련법(규정)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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