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재정수지 24조원 흑자…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좋아
지난해 나라 살림은 근래에 보기 드문 호황을 누렸지만, 서민의 삶은 팍팍했다.경기 회복과 세수입 증가에 힘입어 통합재정수지 흑자 규모가 예산보다 11조원이나 증가하는 등 국가 재정 상태가 좋아졌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1천450조원을 돌파하고 실업자 수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는 등 서민 경제 지표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향후 재정이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운용하는 것이 경제 정책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 경기 호황에 정부 곳간도 풍족…국가채무 증가폭 최근 5년 최소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17 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를 보면 작년 재정수지는 경제 지표 개선에 따라 눈에 띄게 좋아졌다.
통합재정수지는 24조원 흑자로 2016년도(16조9천억원 흑자)보다 흑자 폭이 7조1천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는 2007년에 37조원 흑자를 기록한 후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여유 있는 수준이 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회계·기금을 포괄해 산정하는 국가 채무(D1)는 2016년보다 33조8천억원 늘어난 660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6%로, GDP 대비 증가속도(0.3% 포인트)는 2010년 -0.2% 포인트를 기록한 후 17년 만에 가장 낮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수납된 세입액에서 지출된 세출액을 차감한 잔액인 ‘세계(歲計)잉여금은 11조3천억원으로 2007년도에 15조3천428억원을 기록한 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됐다.
나라 곳간이 풍성해진 주요 원인은 세계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수출입이 증가하고 기업의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2017년 법인세는 전년도보다 7조1천억원 더 걷혔고 수입액이 늘면서 부가가치세 수입이 5조3천억원 증가했다.
명목임금 상승과 취업자 수 증가의 영향으로 근로소득세가 3조원 늘어난 것도 정부 재정에 기여했다.
재정 상태가 좋아짐에 따라 정부 운신의 폭은 커졌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의 실행을 위해 올해 약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는데 여윳돈이 충분한 만큼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재정 당국의 판단이다.
◇ 서민은 힘들다…가계 빚더미·물가는 뛰고 실업률은 최고
정부 살림은 풍족해졌지만, 가계는 빚더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 가정이 은행 등 금융업체에서 빌린 돈이나 신용카드 사용 등 외상 구매로 진 빚의 합계인 ’가계신용‘은 2017년 말 기준 1천450조9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08조4천억원(약 8.1%) 증가해 2002년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가계신용은 개인 간에 빌린 돈을 포함한 사채 거래는 제외한 금액이다.
작년에 서민 살림의 토대인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실업자 수는 102만3천명으로 2000년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후 가장 많았다.
실업률은 3.7%로 2001년 4.0%를 기록한 후 최근 16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2004·2005·2010·2016년과 동일)을 유지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로 전년과 마찬가지로 통계 작성 후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가계의 물가 부담은 커졌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2012년 2.2%를 기록한 후 5년 사이에 가장 높았다.
특히 체감물가를 보여주기 위해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큰 약 140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최근 6년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운용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향상을 달성한다는 것을 내년도 예산 편성의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가 사람 중심의 경제를 표방하는 만큼 경제 정책이 가계 소득 증가 등으로 이어져 국민 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