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심평원 서류 중개로 비용 절감” “의료계 추가 부담 확대”

[생각나눔] “심평원 서류 중개로 비용 절감” “의료계 추가 부담 확대”

조용철 기자
입력 2018-10-03 22:06
업데이트 2018-10-03 23:0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실손보험 간편청구’ 개정안 논란

‘병원→심평원→보험사’ 순으로 전자화
현 청구 방법 제각각… 참여 병원도 적어
의료계 “민간 보험사 일 떠넘기기” 반발
심평원 ‘비급여 심사’ 사전작업 의심도
이미지 확대
‘실손의료보험 간편청구’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 66%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번거로운 보험금 청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정작 의료계는 의료 소비자와 민간 보험사 사이의 사적 업무를 공적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 권익 보호와 의료계 부담 확대라는 이해충돌 상황에서 절충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3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최근 실손보험금을 전산을 통해 자동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관과 보험사 사이에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끼워 넣어 서류 중개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요청만 하면 ‘의료기관→심평원→보험사’ 등의 순으로 전자화된 서류가 자동 전달돼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의 치료비는 가입자의 개입이나 요구가 없어도 의료기관이 심평원에 직접 자료를 보내 보험사로부터 의료비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지금도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나 민간 업체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보험금을 간편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청구 방법이 제각각이고 참여 병원도 적어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 의원은 “각 병원이 다수의 보험사와 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심평원의 공공망을 거칠 경우 비용도 아낄 수 있고 보안성도 뛰어나다”면서 “의료기관 신설, 폐업 등에 따른 관리가 용이한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건강·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간편청구 활성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에 짐을 지우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 의사는 “민간 보험사와 관련된 업무를 의료기관이 대신해 줄 이유가 없다”면서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을 때 발생하는 분쟁에도 의료기관이 휘말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도의사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의료기관의 경제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심평원에 전송 업무를 위탁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심평원의 역할 강화에 초점을 맞춘 개정안이 의료계를 자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사들의 수입원 중 하나인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표준화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심평원이 실손보험 중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곧 비급여 의료비 심사를 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 문제로만 여기기에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면서 “간편청구는 비급여 항목을 통일해야 하는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의료계 반발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8-10-04 20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