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34년 영업맨’ 허정섭 부장
생계 위한 포터·스타렉스 가장 애착 가6800대 중 1800대 동료 실적 돌리기도
외로움과의 전쟁… 팔 때마다 덕 쌓아야
현대차 ‘34년 영업맨’ 허정섭 부장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종로지점 한 곳에서만 34년 일한 허정섭(59) 영업부장은 23일 가장 애착이 가는 차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허 부장은 “포장마차나 과일가게를 운영하시는 분, 에어컨 설치 기사, 택배업 종사자들이 주로 포터를 구매한다”면서 “생계를 위해 자동차를 구매하는 분들을 가족같이 생각하며 그들의 성공을 빌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차 한 대를 인도했던 조그마한 영세업체가 지금은 50대를 납품하는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허 부장은 이달 누적 판매대수 5000대를 돌파해 ‘판매거장’에 올랐다. 현대차는 우수 영업사원에게 ‘판매장인’(2000대), ‘판매명장’(3000대), ‘판매명인’(4000대)이라는 칭호를 부여, 포상하고 있다.
허 부장은 판매왕에 오른 비결에 대해 “자동차 판매를 마음을 파는 일로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항상 남에게 베풀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허 부장은 자동차를 판매하고 나서도 추가 할인 혜택을 적용해 차액이 일부 발생하면 적은 액수라도 꼭 고객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또 자신의 판매 실적을 다른 사원 몫으로 돌릴 수 있었던 시절 자신의 실적을 선후배들에게 떼어주기도 했다. 허 부장은 “제가 실제 판매한 차는 6800대인데 이 가운데 1800대를 동료의 실적으로 돌렸다”면서 “치열한 실적 경쟁 속에 도태되는 동료 없이, 상생하려고 그랬는데 지금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1985년에 현대차에 입사한 허 부장은 내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허 부장은 후배 영업사원들에게 “자동차를 판매하는 일은 외로움과의 전쟁이다. 한 대 한 대 팔 때마다 덕을 쌓아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성실함과 신뢰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퇴직 후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판매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정리해 책으로 내고 싶다”고 답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2019-07-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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