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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가격 또 ‘빨간불’...“명품 처럼 20%씩 올릴 수도 없고 일단 제 살 깎아 버티기”

라면 가격 또 ‘빨간불’...“명품 처럼 20%씩 올릴 수도 없고 일단 제 살 깎아 버티기”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22-07-11 17:30
업데이트 2022-07-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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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9월 일제히 오른 라면 가격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서민 대표음식인 만큼 길게는 13년, 짧게는 4년여 만에 가격 인상이 이뤄졌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면서 1년도 안 돼 업계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라면 값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원재료,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 상승 압박에 라면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라면값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라면은 서민 대표 음식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만큼 쉽사리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는 모습. 오장환 기자
원재료, 인건비, 물류비 등 제반 비용 상승 압박에 라면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라면값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라면은 서민 대표 음식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만큼 쉽사리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는 모습. 오장환 기자
다만 새 정권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는 상황에다 지난해 가격을 한 번 올린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일단 제 살을 깎아 버틸 수밖에 없다”는게 업계 입장이다.

11일 증권사 분석 등에 따르면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 빅3 업체의 지난 2분기(4~6월) 이익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3월 사이 크게 오른 밀이나 팜유 가격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탓이다. 주요 곡물이나 유지류 수입 가격은 국제가격과 3개월 정도 시차가 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농심의 2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197억원으로 직전 분기(343억원) 대비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각각 약 34%, 16%씩 영업이익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판매 관리비, 인건비를 삭감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세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특히 밀과 팜유 가격이 여전히 높고 포장비, 운송비, 인건비도 계속해서 오르는 등 가격 인상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라면 업체는 주로 말레이시아 팜유와 북미산 소맥분을 사용한다. 관세청과 업계 등에 따르면 수입 팜유 가격은 지난 3월 t당 1453달러로 코로나19 초기인 2년 전(745달러)보다 2배 올랐다. 올해 1분기 말레이시아 팜유 선물가격은 1524달러로 지난해 1분기 대비 55.5% 급등했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 제한을 풀면서 가격이 다소 진정세로 돌아선 듯 보이지만 여전히 가격이 완화될 여지는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t당 475.46달러까지 치솟은 밀 가격은 지난달 319.21달러로 거래를 마쳤지만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27.9% 높은 상태다. 여기에 세계 밀 수출 5위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길은 여전히 막혀 있고 4위 수출국인 미국도 가뭄으로 수확량이 급감해 수급 불안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라면 업체의 경우 제분사가 일부 인상분을 흡수해주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버티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는 비축물량으로 원가 부담을 일부 덜어냈지만, 하반기에는 원재료를 다시 수입해야 하는 만큼 가격 압박 요인이 상당하다”면서도 “다만 정권 초기인데다 소비자 가격 저항 등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을 두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평년 대비 오름세인 데다 환율, 유가도 높아 가격 압박이 심하다”면서 “라면은 샤넬 등 명품처럼 배짱있게 20~30%씩 올릴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보니 사실상 버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명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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