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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밀 수확 후 가루쌀 이모작 ‘일석이조’… 수익은 두배·자급률도 업, 장마와도 괜찮아요” [이토록 멋진 농업]

[르포] “밀 수확 후 가루쌀 이모작 ‘일석이조’… 수익은 두배·자급률도 업, 장마와도 괜찮아요” [이토록 멋진 농업]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3-06-28 18:03
업데이트 2023-11-0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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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군 부안면 가루쌀 모내기 현장 가보니

일반 밥쌀 달리 밀과 이모작 가능
재배기간 짧고 배수로 필요 없어
기존 논 활용 가능해 벼기계 사용가능
가루쌀로 만든 맥주 풍미 깊고 깔끔
가루쌀 물에 불리 필요 없이 공정단축
스낵·비빔칼국수·치킨너겟 등 개발중
아토피협회 협업…글루텐프리시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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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국 고창 훈습영농대표가 27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에서 밀 수확이 끝난 논에 가루쌀 이모작을 위해 이앙기를 타고 가루쌀 모를 본논에 심는 모내기를 하고 있다.
김재국 고창 훈습영농대표가 27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에서 밀 수확이 끝난 논에 가루쌀 이모작을 위해 이앙기를 타고 가루쌀 모를 본논에 심는 모내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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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에서 밀 수확이 끝난 논에 가루쌀 이모작을 위해 이앙기를 태워진 가루쌀 모판 모습.
27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에서 밀 수확이 끝난 논에 가루쌀 이모작을 위해 이앙기를 태워진 가루쌀 모판 모습.
장맛비가 잠시 주춤했던 27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의 가루쌀 재배 논에는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지난 15일 밀 수확을 끝낸 지 열흘 남짓 만에 가루쌀 이모작을 시작한 것이다. 5월 중순에 모내기를 하는 밥쌀과 달리 가루쌀은 6월말~7월초에 이뤄지고 재배기간이 110~115일로 일반쌀(130~140일)보다 짧아 밀과 이모작이 가능하다.

비가 내려 자작하게 찰랑이는 8000㎡의 논 위로 육묘를 통해 모판에서 자란 20㎝ 남짓한 푸릇푸릇한 모가 이앙기의 출발과 함께 8줄씩 착착 100m 길이로 심어졌다. 이 가루쌀은 4개월 뒤인 10월 10일쯤 수확한다고 했다. 가루쌀은 99% 수입에 의존하는 밀을 대체할 전략작물로 딱딱한 밥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어 밀가루를 대체하기 적합하다는 평을 받아 빵, 면, 맥주 등으로의 제품 개발이 한창이다.

40년간 밥쌀을 재배해오다 올해 처음 가루쌀 재배에 나선 농민 하태선(66)씨는 “쌀값도 하락하고 판매도 불안정해 정부가 전량 수매하는 가루쌀로 바꿨다”고 전했다.

현행열 고창군 농업기술센터소장은 “일반벼는 늦어도 이달 5일엔 모내기가 완료돼야 하는데 가루쌀은 밀 수확이 끝나고 6월 말까지 늦은 모내기가 가능해 콩이나 고구마 등 타작물 식재 후에도 재배가 가능하다”면서 “현재 20여 농가가 가루쌀 45㏊(45만㎡)를 재배하고 있는데 20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처음이라 재배법이 불안하지만 교육도 많이 하고 가루쌀을 이용한 맥주나 빵도 생산하고 있어 수요와 공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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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사진 6 27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의 가루쌀 본논에 심어지기 직전의 육묘된 가루쌀의 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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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국 고창 훈습영농대표가 27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에서 밀 수확이 끝난 논에 가루쌀 이모작을 위해 이앙기를 타고 가루쌀 모를 본논에 심는 모내기를 하고 있다.
김재국 고창 훈습영농대표가 27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에서 밀 수확이 끝난 논에 가루쌀 이모작을 위해 이앙기를 타고 가루쌀 모를 본논에 심는 모내기를 하고 있다.
농부 입장에서 가루쌀이 밀 이모작으로 수익은 두 배로 얻고 1%에 불과한 밀 식량자급률도 올리는 ‘일석이조’ 작물인 셈이다. 가루쌀은 육묘기간이 10일 남짓으로 일반쌀 16~25일보다 짧지만 뿌리매트가 잘 형성돼 모내기를 할 때 시간과 비용, 노동력이 절약된다고 했다. 특히 콩 등 타작물과 달리 별도 배수로 장비가 필요 없어 기존 벼농사 기계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김재국(51) 고창 훈습영농대표는 장마로 인한 피해 우려를 묻자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면서 “논에는 물이 있어야 하는데 가뭄 끝에 장마로 비가 와 농업용수가 해결돼 생육에 큰 차이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12시간 쌀 불릴 필요 없이 바로 분쇄”
“맥주 가공시간·비용 대폭 줄여”
‘글루텐프리’ 가루쌀+소금 칼국수

가루쌀은 빵, 과자, 튀김류뿐 아니라 맥주 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2019년부터 개발하는 모든 맥주 제품에 가루쌀을 사용하고 있는 고창군 지역맥주기업인 파머스맥주 이용선(63) 대표는 “12시간 정도 밥쌀을 불리는 과정 없이 바로 가루쌀을 분쇄해 맥주 제조에 활용할 수 있어 가공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올해 3월부터는 대만으로 가루쌀 맥주 9만캔을 수출했다. 발효조 탱크에서 직접 내린 도수 4.5도의 맥주는 젊은층을 겨냥해 풍미가 깊고 매우 부드러웠다.

이가자연면은 많이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도록 가루쌀과 소금으로만 칼국수면을 개발하는 글루텐프리 비빔칼국수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가루쌀 함유량을 94%까지 끌어올린 시연 제품의 맛은 쫄깃함이나 부드러움 측면에서 일반 밀가루 칼국수 제품과 큰 차이가 없었다. 농협식품에서도 가루쌀을 스낵류와 치킨너겟, 돈가스에 튀김옷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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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선 파머스맥주 대표가 27일 전북 고창군의 자신의 공장에서 물에 불릴 필요가 없이 바로 분쇄가 가능한 현미가루쌀을 이용해 가공 시간과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용선 파머스맥주 대표가 27일 전북 고창군의 자신의 공장에서 물에 불릴 필요가 없이 바로 분쇄가 가능한 현미가루쌀을 이용해 가공 시간과 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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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쌀과 소금으로만 칼국수면을 개발한 이가자연면 제품.
가루쌀과 소금으로만 칼국수면을 개발한 이가자연면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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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쌀 튀김으로 만든 돈까스과 너겟.  강주리 기자
가루쌀 튀김으로 만든 돈까스과 너겟.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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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스맥주의 가루쌀로 만든 한옥마에일 맥주. 올해 3월부터 대만에 9만캔이 수출됐다. 농식품부 제공
파머스맥주의 가루쌀로 만든 한옥마에일 맥주. 올해 3월부터 대만에 9만캔이 수출됐다. 농식품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 소비처를 확대하기 위해 ‘가루쌀 제품개발 사업’을 마련했다. 올해 사업에는 농심·삼양식품·하림식품·SPC삼립 등 국내 식품사 15곳에서 라면, 빵, 과자, 음료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루쌀은 최근 로코노미(local+economy), 할매니얼, 비건 등 식품·음료 소비 트렌드에 맞춰 활용이 가능하고 식품기업은 국산 원료로서 탄소 감축 등 사회가치경영(ESG)과 국제 밀 수급불안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아, 건강 등을 염두에 둔 글루텐프리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고 국내에서 아토피, 소화 기능 저하 등으로 인해 맛있고 건강한 식품에 대한 식품 수요가 늘고 있어 가루쌀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농식품부는 판단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루쌀 기능과 관련, “아토피협회와 협업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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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쌀로 만들어진 맥주, 스낵, 치킨너겟 등 다양한 제품들.
가루쌀로 만들어진 맥주, 스낵, 치킨너겟 등 다양한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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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0번
사진 10번 가루쌀로 만든 스낵과 너겟, 돈까스 등 다양한 제품들
글·사진 고창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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