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2’ 들고 깜짝 등장
“흉내쟁이들(copycats·‘아이패드2’의 경쟁제품)은 가라. 잡스가 왔다.”정보기술(IT) 시대의 ‘교주’로까지 불리는 스티브 잡스(56) 애플사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대중 앞에 돌아왔다.
병가 중이던 스타 CEO의 손에는 자사의 새 태블릿PC ‘아이패드2’가 들려 있었다. ‘6주 시한부설’까지 떠돌던 잡스는 힘이 넘치는 연설로 안갯속에 파묻혔던 애플의 미래를 다시 밝혔다.
애플CEO 스티브 잡스.
●위중설에 항의? 힘 넘친 ‘쇼 매직’
꼭꼭 숨어 있던 잡스의 등장은 갑작스러웠다. 샌프란시스코 예르바부에나 아트센터에서 열린 아이패드2 공개행사에 참석한 잡스는 비틀스의 음악 ‘태양이 떠오르네’(Here comes the sun)가 흐르는 가운데 무대에 올랐다.
애플의 ‘태양’인 잡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청중들은 기립박수로 CEO를 반겼다. 잡스는 “아이패드2 개발에 한동안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오늘 행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입을 뗐다.
다소 야위었을 뿐 그의 위용은 예전 그대로였다. 언제나처럼 검은 터틀넥 상의 차림에 청바지를 입고 자신감 넘치게 제품의 장점을 뽐냈고 상대 제품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는 모습조차 똑같았다.
프레젠테이션 중 건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힘찬 몸짓으로 자신의 위중설을 주장했던 언론에 항의하는 듯 보였다.
잡스는 신제품의 장점을 한참 설명한 뒤 “올해는 아이패드2의 해가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삼성과 휼렛패커드, 모토롤라 등의 로고를 화면에 띄운 뒤 청중들에게 “2011년이 모방꾼의 한해가 될 것이라고 보느냐.”고 질문하고는 “그들 제품은 심지어 아이패드1조차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며 “이 제품이 유통업체에는 200만대를 공급해 꽤 공격적이었는데 실제 소비자가 산 수량은 아주 적었다(very small)고 하더라.”라고 강조했다. 잡스의 이 발언은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이 “소비자 판매가 아주 순조롭다(very smooth).”고 한 것을 잘못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희석… 애플 주가 1.2%↑
잡스의 ‘마술쇼’는 위력을 발휘했다. 건강 악화설에 휩싸였던 공룡 IT 기업의 CEO가 제법 건강한 모습을 드러내자 애플의 주가는 이날 1.2% 오른 353.44달러로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이날 잡스의 출연으로 애플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희석됐다고 평가했다. 스리벤트 파이낸셜사의 펀드매니저 마이클 빙거는 “잡스의 등장은 대단한 일이다. 그가 여전히 회사의 큰 이벤트와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줬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잡스는 위기 때마다 언제나 오뚝이처럼 재기했다. 권력다툼 과정 끝에 1985년 회사에서 쫓겨난 뒤 12년 만에 CEO로 복귀했고 2004년과 2009년에는 각각 췌장암 수술과 간이식 수술을 받고도 경영일선에 다시 돌아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3-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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