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이동수단 ‘PBV’ 시장
운전자 아닌 ‘목적’ 위한 구조
전동화로 공간 자유로워진 덕분
기아, 쿠팡과 전용 공장도 계획
GM, 배송용 ‘제보’ 페덱스 납품
도요타 셔틀 전용 ‘e팔레트’ 선봬
기아가 브랜드 처음으로 선보인 PBV ‘니로 플러스’의 택시 전용 모델. 이달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한다.
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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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꽃집도, 카페도, 택시·택배 맞춤차도 될 수 있다. ‘운전자’ 중심의 자동차 공간이 ‘사용 목적’을 위한 맞춤형 구조로 재정의되고 있다. 최근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이른바 맞춤형 이동수단 얘기다.
‘니로 플러스’는 1세대 니로 대비 전고와 전장을 늘리고 루프 라인을 높여 1열과 2열 헤드룸을 추가 확보하는 등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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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PBV 시장은 연평균 33%씩 성장해 2025년에는 130만대, 2030년에는 700만대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물류·여객 등에 주로 활용되는 경상용차(LCV·중량 3.5t 미만 중소형 상용차) 수요가 자연스럽게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PBV 시장으로 옮겨 가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2030년에는 PBV가 글로벌 신차 판매량의 약 25%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PBV 개념의 등장은 전동화에 따른 자동차 공간 자유도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파워트레인 가운데 엔진, 변속기, 트랜스퍼 케이스, 추진 축, 연료·배기 라인 등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실내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 전기차 배터리 전력의 외부 활용성도 차의 공간 개념을 바꾸고 있다. 전기차 구동 배터리의 용량은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수일간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내연기관차와 달리 차량 내외부에서의 각종 전기·전자기기 사용에 제약이 없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비대면 전자상거래와 소상공인 물류서비스가 활발해지는 등 배달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도 PBV의 등장을 재촉하고 있다. 실제 PBV 활용 분야 가운데 가장 주목도가 높은 분야는 유통·물류 분야다. 이커머스 거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구조 변경이 자유로운 택배 맞춤용 PBV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물류기업 페덱스의 배송 업무에 투입되고 있는 GM의 PBV ‘제보600’. GM은 올해 10월부터 짧고 잦은 도심 단거리 운행에 적합한 중형 PBV ‘제보410’의 대량생산에 들어간다.
G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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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자율주행수송차 ‘e팔레트’의 도쿄올림픽 콘셉트. 실제 제품은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선수촌 내부 이동수단으로 사용됐다.
도요타 홈페이지 캡처
도요타 홈페이지 캡처
기아가 지난 2월 내연기관 차량을 개조해 출시한 ‘레이 1인승 밴’. 이동식 점포, 레저 등 다용도로 쓸 수 있도록 적재 공간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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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최근 1세대 ‘니로EV’를 기반으로 한 파생 PBV 모델 ‘니로 플러스’ 택시 전용 모델 등도 선보였다. 전고와 전장은 1세대 대비 각각 80㎜, 10㎜ 늘리고 승객이 탑승하는 2열 시트는 기존 니로 대비 28㎜ 늘어난 942㎜의 레그룸을 확보했다. 승객 운송을 위한 목적을 뚜렷하게 투영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초기 단계지만 자율주행 기능이 완벽하게 갖춰지면 인공지능(AI) 최적 경로 설정, 군집 주행 기능 등을 바탕으로 교통과 물류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배달, 셔틀, 택시뿐만 아니라 식당, 카페, 호텔, 병원, 이동식 오피스텔 등 다양한 공간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2022-05-02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