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헐값 아파트 속출

서울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헐값 아파트 속출

입력 2010-05-26 00:00
수정 2010-05-2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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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보다 1억 싼 매물, 더 깎아야 그나마 ‘입질’

“분양가보다 1억원 정도 싸게 나온 건데 작업(가격협상)을 하면 1000만~2000만원은 더 깎을 수 있을 겁니다.” 25일 서울 미아뉴타운 인근의 N 공인중개소 사장은 이 주변의 한 아파트 매매가격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집을 팔려는 사람의 조급함이 느껴지는 어투다. 그가 말한 141㎡ 아파트는 원래 분양가는 7억 2000만원. 그러던 것이 이번주 입주를 앞두고 6억 2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온 것이다. 그는 “여기서 값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니 어서 매입을 결심하라.”고 은근히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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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도 분양가보다 싼 값에 거래되는 ‘헐값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아파트는 주로 입주를 앞두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값을 내리거나, 입주 후에도 빈집으로 둘 수 없어 아예 할인 분양에 나선 아파트이다.

다음달 초 입주 예정인 길음뉴타운 삼성래미안은 145㎡가 분양가 7억 5000만원에서 8000만원 정도 떨어진 6억 7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와 있다. 9월 입주를 앞둔 은평뉴타운의 북한산 래미안 158㎡는 분양가가 8억 700 0만원이었지만 7000만~8000만원 싼 값에 분양권이 나와 있다. 재개발 아파트인 상도동 엠코타운은 조합원들이 합의해 분양가를 1억원 깎아 시장에 내놨다. 118㎡는 처음 분양가가 10억 4000만원이었으나 9억 4000만원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1억원씩 싸게 내놓아도 거래가 없다는 것이다. 고덕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고덕아이파크의 경우 지난 3월 분양가의 10%를 할인해도 여전히 미분양이 남아 있다.

서초동 아트자이 181㎡도 10%를 할인해 주고 있지만 미분양 상태인지 오래다.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경기 파주 교하신도시, 고양 일산 식사지구, 일산 덕이지구 등도 대형 평형 위주로 4000만원 이상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끊긴 상황이다.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의 침체 탓이다. 오른다는 기대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거래도 이뤄지지 않는 것. 조민이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2년 전 금융위기가 오기 전에 비싼 값에 분양을 받았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누구도 사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더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더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값싼 보금자리주택이 주택구입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분양권 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면서 “집값 하락이 계속되고 하반기 금리 인상이 겹치면 분양권의 투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할인 폭이 큰 아파트들이 대부분 40평형대 이상의 대형 아파트라는 점은 건설사들이 수요예측을 하지 못하고 수익성만 좇은 결과이기도 하다.

안명숙 우리은행 팀장은 “대형 아파트의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에 따라서 중소형, 대형의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건설사 입장에서도 면밀히 조사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2010-05-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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