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發 ‘훈풍’에 수도권도 온기

지방發 ‘훈풍’에 수도권도 온기

입력 2010-10-24 00:00
업데이트 2010-10-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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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마련을 고려중인 직장인 박모(38)씨는 요즘 주택시장을 보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최근 급매물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연말까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던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한 때문이다.최근 급매물 거래가 집값 상승의 신호인지,일시적인 거래량 증가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과 ‘아니다’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집을 사야 할 지,말아야 할 지 종잡을 수가 없다.

 과연 집값은 바닥을 찍은 것일까.

 ◇지방 주택가격 상승세 수도권으로 확산=지난해 이후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불기 시작한 곳은 한 때 ‘미분양의 늪’에 빠져 있던 지방 시장이다.

 부산,대구,대전 등 광역시를 중심으로 주택 구매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4일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부산·대전 등 지방 5개 광역시 아파트값은 평균 5.3% 올랐다.

 이 가운데 부산은 올들어 10.6%나 뛰었고 대전 5.6%,울산은 3%가 상승했다.같은 기간 서울 등 수도권이 평균 2.7% 떨어진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상승세는 주변 시.도로 확산돼 9월까지 경남도는 8.3%,전북 8.3%,전남 5.1%,충북 3.9%가 각각 올랐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지방은 공급과잉으로 미분양이 심각해지자 최근 2~3년 사이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이 급감했다”면서 “그로 인해 입주물량이 감소했고,수급 불균형 문제로 최근들어 기존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시장의 온기를 타고 서울,경기도 등 수도권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통계상 집값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중이지만 전셋값 상승 여파로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실수요자의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완화한 8.29대책과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소형 급매물의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는 최근 소형 아파트 급매물이 거의 소진되면서 보람아파트의 매매가가 2천만~3천만원 정도 올랐다.

 한달 전 3억1천500만원에 거래된 이 아파트 109㎡는 최근 3억3천만~3억4천만원선으로 올랐다.

 P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전셋값이 단기간에 2천만~3천만원씩 오르고 물건도 귀해지자 돈을 보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도 전세 수요를 다시 매수로 전환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는 자체 호재를 안고 최근 한달 새 2천만~4천만원씩 호가가 뛰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 112㎡는 일주일 전까지 10억4천500만원에 거래됐다가 지난주 10억9천만원에 팔리며 실거래가가 4천여만원 올랐다.현재 이 아파트 호가는 10억9천만~11억원에 이른다.

 S공인 관계자는 “제2 롯데월드 건축허가와 한강 유도정비구역 세부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급매물이 거의 팔렸다”면서 “개발 재료로 인해 가격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도 급매물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

 이 아파트 112㎡(대지지분 94.5㎡)는 지난주까지 8억4천500만원이던 것이 최근 2천500만원 오른 8억7천만원에 팔렸다.

 인근 S공인 대표는 “지하철 9호선 연장선 착공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급매물 가격이 약간 오른 상태에서도 거래가 성사된다”며 “작은 주택형도 최근 매매가격이 1천만~1천500만원 상승했다”고 말했다.

 올들어 집값 하락폭이 컸던 분당,용인 아파트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전셋값 강세로 신규 아파트 입주율이 오르자 기존 주택 매매 거래가 성사되기 시작했다.

 분당의 경우 중소형 급매물의 거래로 지난 22일 스피드뱅크 조사에서 매매가가 전 주 대비 0.06% 올랐다.지난해 11월 말 이후 11개월만의 반등이다.

 시범단지 H공인 관계자는 “8.29대책 이후 문의전화만 늘더니 눈치를 보던 매수자들이 최근에는 집을 사고 있다”며 “집값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광명 등지도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수원에 소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주부 조모(34)씨는 “집을 팔려고 중개업소에 내놓은 지 두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더니 최근들어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생겼다”면서 “얼어붙었던 구매 심리가 조금씩 녹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9월말 기준 실거래가 통계는 집값 바닥 전망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신고된 전국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총 3만3천685건으로,8월(3만1천7건)보다 8.6% 늘었고 강남 3구는 611건으로 전월 대비 21.7% 증가했다.

 ◇중대형,외곽은 찬바람 여전=그러나 아파트 거래 시장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급매물이 팔려 집주인들이 매매 호가를 올리면 매수자들이 다시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강동구 고덕동의 S중개업소 대표는 “과거엔 지금처럼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고 급매물이 팔리면 금방 매매값이 따라 올랐지만 지금은 그 속도가 상당히 더디고 상승폭도 크지 않다”며 “수요자들이 추격 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 및 주택 구매심리가 예전처럼 높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 입주가 진행중인 인천시와 고양시,광주시 등은 아직까지 매매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여전히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정보업체 조사에서 서울 등 아파트값이 여전히 하락중인 것은 중개업소가 신속하게 시세 반영을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중대형의 약세도 한 이유로 꼽힌다.

 서울 잠원동 K공인 대표는 “급매물 소진이 빨라지긴 했지만 중소형 위주로만 거래될 뿐 대형은 아예 찾는 사람이 없다”며 “당분간 대형 아파트는 시장에서 제값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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