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vs “서비스 고객에 예의 지켜야”
KB금융 노조가 지난 2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앞서 21일에는 하나금융 노조가 문 후보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개별 금융사 노조가 대통령 선거 때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그런데 개별 금융사 노조의 지지 선언이 잇따르자 금융권은 술렁이는 분위기입니다. KB금융의 경우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KB증권 등 직원 수만 2만명이 넘습니다. 이들 노조는 “성과연봉제 폐기를 비롯해 금융 분야 이해가 깊은 문 후보가 금융산업 적폐를 청산할 유일한 후보”라고 지지 배경을 밝혔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금융 관련 공약에서 뚜렷한 특색이 보이지 않는다는 부연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하나금융 소속 노조도 비슷한 태도입니다.
이를 보는 내부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금융사가 공무원 조직이 아닌 만큼 엄연히 정치 활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개별 금융사 노조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반론을 펴는 쪽은 금융이 서비스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킵니다. 고객의 성향이 다양한데 특정 성향의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성향을 가진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설사 노조의 지지 성향이라고 하더라도 조직 전체의 지지로 비춰질 수 있어 불필요한 오해와 반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 금융지주 회장은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는 ‘정치’와 ‘종교’를 공개적으로 논해서는 안 된다”며 아쉬워했습니다.
금융권 노조가 여느 때와 달리 유독 올해 대선에서 특정인 지지 선언을 잇따라 내놓은 것은 ‘성과연봉제’ 영향이 큽니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손쉬운 해고’를 조장한다며 결사 반대합니다. 금융당국과 사측은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더 보상해 주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맞섭니다. 문 후보는 성과연봉제 폐기를 약속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금융사 노조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면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열쇠인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예외적 완화’에 찬성하는 대선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고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7-05-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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