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봉 비결은 문어발 겸직? 기업 총수들 ‘편법 보수 책정’ 도마에

고연봉 비결은 문어발 겸직? 기업 총수들 ‘편법 보수 책정’ 도마에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4-04-03 01:01
업데이트 2024-04-0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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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는 2곳까지 제한되지만
7개 계열사 임원 맡은 오너 지적
“책임·권한 걸맞은 보상 체계 설계
정확한 정보 공개로 밸류업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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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들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총수 연봉을 공개할 때마다 보수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올해도 크게 바뀐 사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 겸직, 중복 보수 논란에도 여전히 많은 계열사에 적을 두고 보수를 챙기는 총수들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총수의 권한과 책임에 맞는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이를 공시해 외부 견제를 받게 하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롯데지주와 6개 계열사로부터 각각 보수를 받았다. 총보수 규모는 212억 8100만원으로 주요 그룹 총수 중에선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 총수들 미등기임원 많아

신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등 4개사에선 등기임원(대표이사)이지만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물산 등 3개사에서는 미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전날 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 신 회장에게 21억 2000만원의 급여를 책정한 것과 관련해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 심의와 승인을 통해 지난해 회장 보수를 결정했으며 지급 여력과 업계 보수 수준, 보상 경쟁력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7개사 임원을 겸직하는 신 회장이 각 계열사에서 어떤 역할과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 보다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 CJ제일제당, CJ ENM, CJ대한통운, CJ CGV 등 주요 그룹사의 미등기임원으로 올라와 있다. 이 중 CJ, CJ제일제당, CJ ENM 등 3개사로부터 받은 보수는 총 99억 3600만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22억 100만원)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08억 200만원)도 각각 3개 그룹사에 이름을 올려놓았지만 정 회장은 모두 등기임원인 반면 김 회장은 미등기임원이다. 정 회장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차, 현대모비스에서만 보수를 받고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기아에선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재계에선 “(총수가) 겸직을 한다는 건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사회 참여는 하지 않아도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며 과다 겸직은 아니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상장회사 사외이사도 2개사로 겸직을 제한하고 있는데 다수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냐는 비판의 시선도 있다.

비상무이사 또는 비상근으로 근무하면서 필요한 만큼 급여를 받는 식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LG그룹의 경우 ㈜LG 임원이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의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하면서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지만 보수는 지주사에서만 받는다.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 필요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임원에 대한 적정한 보상 여부는 기업의 재무 상태와 마찬가지로 투자 판단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면서 “주주나 이해관계자가 공개된 보수 공시만으로 그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총수가) 미등기임원으로 겸직하면서 보수를 챙기는 관행에 대해선 이사회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면서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2024-04-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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