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하이니켈 전구체’ 국가핵심기술 지정…해외 재매각 어려울 듯

고려아연 ‘하이니켈 전구체’ 국가핵심기술 지정…해외 재매각 어려울 듯

손지연 기자
손지연 기자
입력 2024-11-18 17:22
수정 2024-11-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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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승인 있어야 해외 매각 가능
MBK, “핵심 기술 해외 유출 안 할 것”
국민연금, 국가기술 보호 위해 고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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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보유한 이차전지 핵심소재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정부 승인이 있어야 해외 매각이 가능한만큼,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18일 자사의 리튬이차전지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및 공정 기술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문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산업기술로 판정받았다고 밝혔다.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산업기술은 해외에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나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술이다. 지정되면 해당 기술을 가진 기업의 해외 매각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 해외 기업과 기술을 공유하려고 해도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던 지난 9월 산업부에 전구체 가공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번에 국가핵심기술 등으로 지정된 기술은 ‘리튬이차전지 니켈 함량 80% 초과(하이니켈) 양극 활물질 전구체 제조 및 공정 기술’이다. 고려아연이 자회사인 켐코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전구체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성능을 좌우하는 기초 재료로,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양극재 소재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전구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97%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울산시에 니켈 제련소를 착공해 국내 전구체 대량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 기술, 해외 유출 어려워
MBK, 고려아연 인수해도 해외 재매각 불가
이번 결정으로 MBK연합의 고려아연 인수가 불가능해진 건 아니지만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가져와도 해외 재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고려아연이 외국 기업에 인수합병될 경우 정부가 승인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MBK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뒤 미국 등 해외 투자자 5곳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두산공작기계는 결국 2021년 국내 자동차 부품사 디티알오토모티브에 매각됐다.

MBK연합은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으로써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결정이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일반 주주들의 지지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고려아연 지분을 약 7% 보유한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작지 않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가기술 보호가 중요한 시대인 만큼 국민연금도 부담감을 가지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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