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와 비슷해질라” 조마조마

“리먼 사태와 비슷해질라” 조마조마

입력 2010-05-26 00:00
수정 2010-05-26 00: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주가폭락·환율급등 향후 전망은

남유럽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이 정도까지 커질 줄 예상한 사람은 올 초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유럽발 악재는 갈수록 강도와 범위를 키우면서 어느덧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연상시키고 있다. 최근 주가 및 환율 추이만 놓고 보면 그때의 재판이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그리스가 결국 국가부도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당장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지 확대
25일 남유럽 재정위기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부각으로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한 가운데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장을 마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5일 남유럽 재정위기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부각으로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한 가운데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장을 마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의 재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달 이후 국내외 주식시장은 가파른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과 한국거래소 등 통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경우 이달 3일 1721.21에서 25일 1560.83으로 불과 15거래일 동안 160.38포인트(9.3%)가 떨어졌다. 이는 2008년 9월16일 리먼 사태가 터진 후 15거래일 동안 하락폭(9월16일 1387.75→10월7일 1366.10) 21.65포인트(1.6%)보다도 훨씬 크다. 원·달러 환율도 이달 3일(1118.6원)부터 25일(1250.0원)까지 131.4원(11.7%)이 폭등했다. 2008년 당시(9월16일 1160.0원→10월7일 1328.1원)의 168.1원(14.5%)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이미지 확대
당초 예상보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2008년과 비슷한 수준의 충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 우세하지만 남유럽 재정위기가 공공부채를 떠나 민간 차원의 신용경색과 이로 인한 자금난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과 실물에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와 같이 대단한 위기국면으로 갈 확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면서 “무엇보다도 이달 2일과 7일 유럽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 등 구제대책을 만들었지만 시장이 안심하지 못하고 있는 게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충격의 강도 면에서 리먼 사태 수준에는 못 미칠지 모르지만 유동성 경색이나 신용위험의 위기가 앞으로 1~2년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전 세계에 투자됐던 유럽계 자금이 대거 빠져 나갈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주식 자금 유출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008년과 같은 수준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흥모 한은 해외조사실장은 ▲전 세계적 신용경색 가능성이 낮고 ▲제조업 생산이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실장은 “리먼 사태 때에는 신용파생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어 가산금리가 천정부지로 뛰는 등 신용경색이 초고속으로 이뤄졌지만 국가재정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8년에는 기업들이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생산을 급격히 줄였지만 현재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위기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치하는 것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남유럽은 정부 재정의 문제가 사실상 민간으로 확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전체 금융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은 낮지만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되면서 상황이 점차 안 좋아지고 이는 소비자나 기업 금융 쪽에 오랫동안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이경주기자 windsea@seoul.co.kr
2010-05-26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