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결산기 상장폐지 100곳 넘어올해 퇴출 개인피해 9만명, 300억원대
3년째 계속되는 결산기 퇴출 대란으로 올해도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이번 결산기에 투자기업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피해가 예상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수는 9만명을 넘어서고 이들의 투자자금만 해도 6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정리매매 기간의 자금 회수율이 통상 5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폐지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3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매년 3월 결산기만 되면 부실기업이 무더기로 상장폐지 되다 보니, 3월 괴담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솎아내고 솎아내도…반복되는 ‘3월 괴담’
회계감사로 상장 폐지될 업체는 올해도 30곳 안팎으로 추산된다. 횡령ㆍ배임 등이 발생해 수시로 이뤄지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제외하고, 순수하게 3월 회계감사만 집계한 것이다. 3년간 무려 100개사가 넘게 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업체는 22개사,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은 업체 16개까지 더하면 최대 38개사까지 될 수 있다.
심각한 실적 부진만 아니면 감사의견 ‘적정’을 받던 관례가 사라지면서 첫 충격을 준 것은 2009년. 2009년 회계감사로 퇴출된 곳은 2008년 16개사에서 40개사로 갑절로 늘었다.
작년에는 재무제표도, 회계사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네오세미테크를 비롯 39개사가 주식시장에서 사라졌다. 올해도 그에 못지않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사보고서를 제때에 내지 못하거나, 조회공시 요구를 받지 못하면 퇴출 괴담에 시달린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대량 상장폐지로 연결됐다.
◇中企불황, 부실 상장관리도 퇴출사태 불러
상장폐지 대상이 된 기업은 모두 한해 사업 성적표가 극히 나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올해도 감사를 해보니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변하기도 하고, 영업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3년간 회계감사로 상장폐지된 회사의 회계법인들은 한결같이 이런 실적이라면 계속 기업으로 존속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제시했다.
한계상황에 놓인 중소형기업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이나 경기회복기인 2009년이나 대기업들이 최대 호황을 누린 2010회계연도이나 계속 어려웠음을 알 수 있다.
현 정부가 대기업을 믿고 금융위기부터 고환율로 사업을 밀어줬지만 트리클다운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본적으로는 자격 미달사가 코스닥시장에 손쉽게 들어온 게 문제다.
상장유치에만 힘을 쓴 나머지 쉽게 상장을 허용했고, 우회상장이라는 길로 부실회사들이 코스닥시장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 거래소는 중국고섬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문제기업을 진입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전 사후관리 모두 부실했다는 지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은 소액주주만 ‘봉’
25일 저녁 7시까지 상장폐지 위험에 놓인 곳의 시가총액은 2천366억원.
이들 기업이 낸 최근 분기보고서를 바탕으로 소액 개인주주 현황을 살핀 결과, 위험에 노출된 개인만 9만893명, 금액은 564억3천201억원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325억원으로 비교적 큰 피엘에이가 소액주주 비중을 공개하지 않았고,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 가운데 상장폐지 대상이 나올 수 있어, 이를 포함할 경우 피해액은 600억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정리매매 기간의 자금 회수율이 통상 50%를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퇴출당할 경우 300억원에 이른다.
소액주에 투자하는 게 거의 개인이다 보니 지난해 네오세미테크에 이어 올해도 상장폐지는 개미들의 무덤이 됐다.
실제 상장폐지 위험에 처한 종목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평균 60%대나 됐다.
우리투자증권 정근해 스몰캡 팀장은 “강력한 금융당국의 코스닥 정화 노력으로 퇴출기업 규제와 감시가 엄격해지고 있다. 이는 필요악이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에서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 솎아내기 작업은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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