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탈북자 인권 경시하는 중국/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원

[시론] 탈북자 인권 경시하는 중국/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원

입력 2010-01-15 00:00
수정 2010-01-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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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과 함께 시작된 2010년,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탈북자들에게는 폭설과 강추위보다 더 무서운 소식들이 보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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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원
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원
먼저 중국 내 탈북자가 급감했는데, 이는 대폭 강화된 중국 당국의 탈북자 단속과 북한의 국경관리 강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난 5일에는 중국 정부가 주중 외국 공관에 대해 탈북자를 수용하거나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런 조치들을 볼 때 앞으로 중국이 탈북자 강제송환에 있어서도 강경한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느 때보다 우리 정부의 실효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2008년 12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기 직전의 탈북자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신상정보 표지를 들고 찍힌 사진이 며칠 전 처음으로 공개됐다. 중국이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사례는 탈북자들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충격과 함께 탈북자들의 인권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1986년 북한과 중국 간 변경지역의 국가안전과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상호협력 의정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 의정서에 따르면 중국은 탈북자의 명단과 관련 자료를 북한에 넘겨주게 돼 있다. 이번에 탈북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이 공개된 것은 이 의정서에 따른 조치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중국이 언제부터 탈북자들의 신상정보를 북한에 제공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진이 공개된 시점이 2008년 12월인 점을 감안할 때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탈북자들의 신상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갔을 것으로 생각된다.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 해결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중국의 태도변화가 가장 바람직하다. 중국은 난민협약의 당사국이지만 탈북자는 경제적 이유에서 탈북하였기 때문에 난민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탈북자들을 강제송환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1986년 변경지역 상호협력 의정서에 따라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는 것은 정당한 주권행사라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탈북자가 강제송환되면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할 것을 알면서도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는 것은 도덕적인 차원을 넘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유엔고문방지협약은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국가로 개인을 송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 협약의 당사국이다. 따라서 고문방지협약의 규정을 준수할 국제법적인 의무가 있다.

탈북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의 양강(G2)으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중국이 21세기 세계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력과 군사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권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국의 태도변화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중국 정부에 대해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의 몇몇 나라는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다.

둘째, 탈북자의 강제송환은 고문방지협약을 비롯하여 중국이 당사국으로 되어 있는 국제인권조약 위반임을 주장하고 국제사회에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 국제인권조약 측면에서의 탈북자문제 연구는 미흡하다. 셋째, 탈북자 문제는 우리나라만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중요하다. 국제사회가 나서서 한목소리를 낼 때 탈북자문제 해결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유엔총회, 유엔인권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인권기구들이 탈북자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에 탈북자들에게도 따스한 봄이 시나브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2010-01-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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