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금강산 잔류인원 16명 안전은/김정은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금강산 잔류인원 16명 안전은/김정은 정치부 기자

입력 2010-05-03 00:00
수정 2010-05-0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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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0시부터 북한의 관리인원 추방 결정에 따라 ‘남측 인원’ 16명이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에 남게 된다. 이 가운데 14명이 한국인이고, 2명은 조선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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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치부 기자
김정은 정치부 기자


굳이 16명만이 남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북측의 요구였을까. 그렇지 않다. 일부 인원 잔류는 현대아산이 최소한의 연락 기능을 이유로 북측에 제안한 사항이었다. 북측이 이에 동의했고, 현대아산과 에머슨퍼시픽 인력 16명은 추방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개별 사업자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보면 ‘금강산 관광을 주도하는 개별 사업자의 사업권을 정부가 침해하지 않는다.’는 명분 아래 국민의 신변보장 책임을 회피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3일 오전 10시부터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에 남게 될 한국인 14명 가운데 내 가족이 포함돼 있다고 상상해 보자. 과거 북한의 행태가 오버랩되면서 ‘내 가족이 남아 있어도 안전할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2008년 남측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 경비병이 쏜 총에 맞고 사망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1년 전에는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씨가 136일이나 억류를 당했다. 남측 당국과 그의 가족, 국민들의 애간장을 녹이면서도 북한은 개의치 않았다.

북한이 금강산 내 남측 정부 및 사업자들의 부동산을 몰수·동결하면서 한편으로 남측 인원의 일부 잔류를 허용한 대목은 다소 의심할 만한 여지가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간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에서 금강산에 잔류한 남측 인원들이 ‘제 2의 유성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잔류인원이 현대아산 소속 직원이든, 에머슨퍼시픽 소속이든 그들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정부는 그들의 신변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특히 그들이 통일부 장관의 승인 아래 북녘땅에 장기 체류 중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정부가 16명의 잔류를 암묵적으로 동의할 때 이들에 대한 완벽한 신변 안전 보장 조치를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

kimje@seoul.co.kr
2010-05-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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