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조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기고] 여성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조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입력 2010-06-03 00:00
수정 201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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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프로젝트를 살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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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조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2년 전 서울시의 여성정책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게 된 첫날 서울시장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주문이었다. ‘여행(女幸)프로젝트’란 여성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불편·불안·불쾌 요인을 해소하고, 나아가 여성의 권익향상과 자아실현을 돕는 서울시의 생활밀착형 여성정책을 말한다. 이 정책은 실생활에서 여성이 행복해야 우리사회가 행복해진다는 철학을 깔고 있다.

그간 우리 여성정책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고용평등, 호주제 폐지,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법과 제도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2009년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한 남녀평등 관련 국제지수인 여성권한척도(Gender Empowerment Measure)에서 우리나라는 61위로, 109개 조사 대상국가 중 중하위 수준이다.

이러한 저평가의 원인은 법과 제도의 틀이 잘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생활에서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는 실천력을 담보하지 못하는 한계 탓이 적지 않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일반적인 법과 제도를 현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효율적이고 실행력 있는 도구여야 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있다 하더라도 직장일과 가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없다면, 여성이 직장을 포기하거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서울시는 여성정책 담당 부서뿐만 아니라 경제, 교육, 교통, 건축, 문화 등 모든 부서에서 정책을 수립할 때 여성의 시각과 애로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시스템화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여성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서울형 어린이집’이 탄생했고, 양질의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엄마가 신났다’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여성이 공중화장실 앞에서 길게 줄을 서는 불편이 없도록 여성 화장실을 늘리고, 밤길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CCTV 설치를 확대하고, 가로등 조명을 더 밝게 하였으며, ‘여성안심 콜택시’제도를 도입했다. 하이힐을 신고도 불편 없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보도도 개선했다. 또 의지할 곳 없는 결혼이주여성이나 폭력피해여성을 돌보기 위한 쉼터와 상담소를 만들었다. ‘여행프로젝트’가 시정의 가장 앞자리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얼마 전 UN으로부터 뜻밖의 통지문을 받았다. 서울시가 추진한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가 ‘2010 UN 공공행정상 대상’ 수상정책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세계가 우리의 신개념 여성정책의 우수성을 인정하여 벤치마킹할 모델로 삼은 셈이다. 이 놀라운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한편 깊은 감회에 빠졌다.

여성 복지를 위한 여행프로젝트는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우리로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책 아이템이다. 여성의 불편을 해소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개인이나 가족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사회의 관심은 아직 낮다. 더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리면서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여행만사성(女幸萬事成)!
2010-06-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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