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튀니지발 민주화 바람 중국에 상륙할까/김윤태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기고] 튀니지발 민주화 바람 중국에 상륙할까/김윤태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1-03-04 00:00
수정 2011-03-0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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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김윤태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지난달 중국 상하이의 극장 앞에서 한 청년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재스민 혁명을 일으키자고 주장했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튀니지발 민주화 바람이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의 시위 조짐은 중국 정부를 바짝 긴장시켰다.

지금 세계는 과연 중국에서도 민주화 운동이 점화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려 있다. 중국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반체제 운동 발생 가능성에 큰 힘을 싣지 않고 있다.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배경이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그 이유다.

첫째, 북아프리카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던 데 비해 중국은 최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많은 사람이 수혜자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일본을 추월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인들은 이러한 성장에 만족한다. 둘째, 중국에는 강력한 중화민족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부터 강화돼 온 중화민족주의와 강대국 이데올로기 속에서 국민은 민주화가 국가의 분열을 가져올 것이고 경제성장을 방해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셋째, 중국은 강한 국가통제력을 갖고 있다. 중국의 경찰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하고 방대한 조직이다. 중국은 천안문사태 이후 반체제 운동에 정규군 투입이 가져다 주는 부담을 피해 정규군과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화력을 지닌 무장경찰을 구축했다. 넷째, 중국은 소셜네트워크와 인터넷에 대한 특수한 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파놉티콘(원형교도소)을 만들어 네티즌이 탈옥을 기도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는 것이 여타 국가와 다르다.

중국에서 반체제 운동 발생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고 볼 수 있다. 비록 간헐적이고 분산적인 시위를 통해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표출할 수는 있겠지만, 그 범위와 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장위구르·티베트 등에 만연한 소수민족과 한족 간 갈등, 심각한 실업문제와 물가폭등, 지역·계층 간 소득격차 심화, 권력기관 부패 등은 언제든지 체제를 위협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지도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그동안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우선 기층선거에서 주민참여제를 실시해 직접민주주의 도입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계층 간 갈등을 줄이고자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정했다. 여론을 대하는 자세도 예전과는 달라, 인민일보 인터넷 게시판인 ‘런민왕’(人民網)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내세운 정치개혁도 눈길을 끈다. 그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가 결합한 형태의 중국식 민주제도를 주장했다. 타국 문제를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이 적절한 개혁을 추진해 보다 안정된 사회와 균형 잡힌 대외관계를 구축하기를 기대해 본다. 중국의 변화는 한반도 등 국제사회에도 바람직한 미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11-03-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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