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이화여대 교수·한국국가정보학회장
그러나 연평도 포격 도발 2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안보는 또다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북한은 서해지역에 배치된 북한군 4군단에 대남공격을 위한 장사정포를 대폭 증강시켜 2000문에 달하는 화력을 배치시키고 있을 뿐 만아니라 인천까지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도 대폭 증강 배치함으로써 대남 위협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사태 진전은 “한국은 공격을 받더라도 전쟁 확대를 막기 위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며 북한은 이러한 한국의 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라도 이와 유사한 공격을 가해올 것”이라는 김정남의 언급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안보 태세는 심각한 수준에 있다. 우선 국가를 책임지게 될 대통령 후보들의 안보의식이 문제다. 한국전쟁 이후 실효적인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작용해 온 북방한계선(NLL)을 수호한다는 당연한 의무에 대해 원칙적인 언급만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가 안보를 지켜나갈 것인지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국가와 헌법을 수호할 막강한 의무를 짊어지게 될 대통령직을 수행할 후보들이 북한의 안보 도발에 대처할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 국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할수록 답답할 뿐이다.
또다시 해이해진 우리 군의 안보태세 역시 문제다. 심각한 안보위협을 경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 병사의 휴전선 귀순 과정에서 알려진 군의 안일한 경계태세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안보는 군사력도 중요하지만 투철한 의식이 더욱 중요한데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엄청난 경계 실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인 군 고위 지휘관의 나약한 모습이었다. 이들에게 어떻게 우리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사랑하는 자식들을 맡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진정한 평화는 국가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능력을 갖출 때만이 비로소 가능하다. 지속적으로 도발행위가 되풀이됨에도 불구하고 같은 민족이라는 허상에 파묻혀 스스로를 무장해제하고, 도발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만을 궤멸시킬 뿐이다. 원칙 없는 유화 정책이 오히려 전쟁을 야기시켰음을 기억해야 한다.
2012-11-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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