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불화수소 수출허가, 수출규제 전면 풀어라

[사설] 일본 불화수소 수출허가, 수출규제 전면 풀어라

이종락 기자
입력 2019-08-31 05:00
수정 2019-08-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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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지난달 초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수출을 허가했다. 그동안 수출이 제한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대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수출은 일본이 두차례 허가했지만, 불화수소는 처음이다. 이번 불화수소를 수입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회로를 새길 때 사용하는 필수 소재다.

일본 정부의 불화수소 수출허가 배경은 일단 자국내 기업체 보호 차원으로 해석된다. 일본 재무성이 그제 발표한 7월 품목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불화수소의 지난달 한국 수출량은 479t으로, 전월 대비 83.7% 급감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첫 번째 경제보복 조치로 지난 7월 4일부터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수출 물량 급감으로 이어진 사실이 일본 정부 통계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재무성이 불화수소 외에 나머지 2개의 수출 통계를 따로 뽑지 않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실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 1~6월 기준으로 3개 품목 가운데 불화수소의 일본 시장 의존도가 44.6%로 가장 낮았고, 나머지 두 품목은 의존도가 90%를 넘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 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도리어 자국 기업에 영향을 주자 포토레지스트에 이어 불화수소의 수출을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한국 업체의 불화수소 제조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중국도 한국 수출을 위한 제품 증산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이번 수출허가가 국제사회에 수출 금지가 아닌 정상 수출 규제임을 강조하려는 일본 정부의 명분 쌓기일 가능성도 있다. 수출규제로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면 수출허가를 안 내준 것 때문에 불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패소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겨냥한 조치가 오히려 자국 산업과 기업에 손해를 끼치고 있는 사실이 명백해진 만큼 하루속히 수출규제를 전면적으로 해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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