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역차별 보도와 묻혀 있는 정보/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역차별 보도와 묻혀 있는 정보/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 교수

입력 2011-02-23 00:00
수정 2011-02-2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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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스웨덴에 연원을 둔 옴부즈맨 제도는 다른 나라에 도입됐을 때는 원래의 의의를 살리지 못한 경우가 많은 듯하다. 네덜란드의 옴부즈맨 경우 일부는 독자의 이익을 지키는 옹호자이지만, 일부는 신문 측의 입장에 선 ‘대사’(외교사절)가 돼 절반만 성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신문 옴부즈맨은 과문의 탓인지 별다른 평가를 찾지 못했고, 방송사 옴부즈맨(프로그램)은 시청자보다는 방송사에 더 가깝다는 비판이 많다. 물론 방송 프로그램은 신문의 기사와 달라 일대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옴부즈맨이 되어 신문을 읽어 보면 일반 독자일 때보다 더 뾰족해진다. 잘된 것보다는 잘못된 것, 이견이 없는 것보다는 많은 것, 신문의 생각보다는 내(가 옳다고 여기는) 생각을 앞세우게 된다. 그게 독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신문 측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점이 옴부즈맨의 정체성에 더 어울리는 것 같지만, 그렇다 해도 비판을 위주로 하는 옴부즈맨의 태도에 막상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서울신문은 지난 목요일 국가·지방직 공무원 공채 일정을 총정리한 기사를 내보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 중의 하나인 서울신문은 한때 이런 공무원 공채에 대해 매우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해 성가를 올린 적이 있다. 이 기사 역시 이에 부응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면에서 서울신문은 국회 사무처 올해 8급 공채부터 비수도권 학교 출신을 최대 30%까지 선발하는 ‘지방인재 채용 목표제’가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으로 표현했지만, 기사의 전체적인 뉘앙스는 역차별적 성격이 있다는 쪽이다.

차별을 받는 소수 집단의 고용에 우대를 주는 대부분의 ‘적극적 조치’들이 그렇듯이 요즘 같은 고용 불황기에 특정 집단에 대한 우대 조치가 일반 응시자에게 반가울 리 없다. 물론 정원 외라면 다소 다를 수도 있지만, 이 기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또한 다음해 공무원의 신규채용 숫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역차별이 될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적극적인 조치들이 취해지는 논리적 이유 또한 분명히 있다. 또 여기에서 언급된 국회 사무처 외에도 지방 인재를 할당하는 곳이 많고 최근 들어서는 그 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물론 우리 사회에서 비수도권, 곧 지방에 사는 것이 일정한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방식이 꼭 이렇게 고용 우대로 나타나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가 이러한 차별을 고용 우대로 극복하려 하고, 이제는 논란에서도 벗어나 자연스럽게 이런 조치를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하는 여러 모순이 있지만, ‘서울 집중’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집중된 사회에서 그 집중에서 소외된 2분의1은 여러모로 불이익을 받는다. 우리 사회가 성장을 지향하면 할수록, 승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불이익은 커진다. 이런 사회에서 고용 우대 조치마저 없다면 수도권은 더욱 비대해질 것이고 우리 사회의 반목과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서울신문의 역차별 보도는 이런 근본적인 부분에도 눈길을 주어야 했다.

공무원에 대한 보도가 나왔으니 하나 더 말할 것이 있다. 9급에서 5급까지 승진하는 데 평균 25.9년이 걸린다는 공무원의 애환을 보도한 서울신문의 지난 1월 3일 자 특집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 기사를 보면서 필자같이 새삼 놀라지 않을까 한다.

이런저런 일로 공무원을 만나지만 사실 이런 속내까지 잘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매체가 ‘뉴스’란 이름에 어울리는, 새로운 것을 찾지만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란 이렇게 새롭지 않게 묻혀 있는 것이다.
2011-0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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